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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재욱 “'독수리 5형제', 10살된 딸과 함께 본 첫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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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안재욱이 '중년 로맨스'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안재욱은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로 설레는 중년 로맨스를 펼치면서 시청자 인기를 모았다. 극 중 사별 후 마음의 문을 닫은 호텔 그룹 회장 한동석 역을 맡아 양조장을 이끄는 여장부 마광수 역의 엄지원을 만나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공감 있게 그려 박수를 받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별의 아픔을 지닌 엄지원과 우여곡절 끝에 연인이 되고, 그의 시동생들과 한 가족이 되면서 따뜻한 대가족의 정도 함께 그렸다. 덕분에 드라마는 20%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욱은 “올해 10살 된 딸과 함께 본 첫 드라마를 만나 정말 기쁘다”며 “전작인 2023년 ENA '남남'에 이어 중년 로맨스를 표현할 수 있어 배우로서도 뿌듯했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끝났다. 어땠나.

“시청자 사랑을 받는 것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는 정말 과분했던 관심을 받은 느낌이다. 요즘에는 현실적으로 좋은 시청률 성과를 얻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주변에서도 안부 인사를 할 때 '우리 부모님이 네 드라마 때문에 난리가 났다', '우리 어머니가 주말에 나가질 않으셔'라는 말을 해준다. 정말 깜짝 놀랐다. 어려 보이는 시청자도 '부모님이 팬이세요' 하며 사인 요청을 하더라. 그런 게 신기하긴 했다.”



-특히 드라마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이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방송인 조세호 결혼식, 코요태 김종민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다. 현장에서 인기를 실감했다. 지난 4월 김종민의 결혼식에 갔을 때 내 주변에 내로라하는 하객들이 다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친척분들이 나를 보자마자 옆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회장님 오셨다'고 손을 내미셨다. 어디를 가든 다들 '회장님'이라 불러 주셔서 웃겼다. 주변 동료들이 '(안)재욱이 형 이 정도야?'라며 깜짝 놀라더라. 다들 배꼽 빠지도록 웃었다. 어르신 분들이 '회장님이 최고'라고 했다. 그럴 때 많은 분이 드라마를 본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2016년 KBS 2TV '아이가 다섯' 이후 9년 만에 주말극이다.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구현숙 작가님께서 '이전에 하던 작품을 많이 봤다'며 제작사를 통해 출연 요청을 하셨다. 그래서 나의 어떤 면 때문에 나를 원하셨는지 궁금했다. 캐릭터의 설정이나 이야기도 좋았다. 그래서 출연하기로 했다. 작가님과 공통된 추억을 만든 협업 관계가 좋았고, 엄지원과 다른 동생들을 만나며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근로 환경도 실감했다. 이전에는 주말극 주인공들이 샤워 잠깐 할 시간밖에 없었다. 지금은 근로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환경이 정말 좋아졌더라. 언제 촬영이 끝나는지 알고 시작하는 건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이전에는 도장 찍어내듯 촬영한 작품도 많았다. 이제는 작품의 방향성 등을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현장에서 엄지원, 연출부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로맨스의 감정선도 한층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마광숙 역 엄지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나와 공통되는 부분이 많았다. 서로 어필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같았다. 그러다 보니 둘이 상의하는 데도 편했다. 광숙과 동석이가 가까워지는 과정이 작위적이지 않아야 하는 게 우리에겐 정말 중요했다. 둘이 너무 쉽게 연결되면 이후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변 노파심 때문에 일부러 둘의 관계를 꼬거나 하는 건 싫었다. 제작진에 배우들이 이해되는 상황이면 바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배우들이 갸우뚱하면 그게 화면에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이 드라마는 우리 설정(사별 후 재혼)이 일상적이지는 않아서 더욱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두 캐릭터가 만나야 하지만, 서로 배경이 너무나 달라서 접점을 만드는 데 고민이 들었을 거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서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편인가 보다.

“맞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 작품이니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시기이고. 후배들을 붙잡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맞는 거다. 내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 다른 후배들도 나를 보고 성장한다. 함께 했던 후배들이 모두 의욕이 있고 센스가 있었다. 다들 팀워크가 좋았다. 엄지원 씨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현장을 밝게 만들어줬다. 저는 거의 독립적으로 초반을 찍었는데 그 친구는 후배들과 가족 관계를 이야기해야 하니까 더 힘들었을 거다.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동석이 처음에는 차가운 캐릭터이지만, 나중에는 전 장모 박정수를 모시고 살 정도로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 캐릭터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최상열 감독님과 엄청 많이 이야기를 했다. 작가님께 현장의 소리를 전달해 반영이 되게끔 부탁했다. 한동석은 사실 지극히 정말 평범한 사람인데 주변에서 깐깐하고 까칠한 면모가 있다고 오해한 캐릭터다. 사별한 후 남은 낙이 별로 없고, 나의 허술함을 감추고 싶어 스스로의 벽이 높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이 실제 나와도 비슷하다. 주변에서 내게 좀 깐깐해 보이는 편이라 하더라. 그래서 한동석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그저 까다롭기만 한 사람이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거다. 내면 한쪽에 쓸쓸함이 있어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 플라스틱 같은 벽을 광숙이가 툭 하고 무너뜨린 점도 재미있었다. 한동석이 광숙이한테 호감을 느낄 때 느닷없이 넘어가지 않나. 그런 부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느꼈다.”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기대하고 있나.

“연말까지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기보다는, 연말에 진짜 누가 받을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쟁쟁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와서 선의의 경쟁을 치르게 되길 바란다. 요즘 드라마 제작 여건이 점점 좋지 않아지고 있다. 사랑받는 드라마가 많아져야 제작 환경이 조금씩 풀리지 않겠나. 배우로서는 슬픈 현실이다. 놀고 있는 배우들도 많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서 다 함께 나아지길 바라는 거다. 물론, 그 시상식에 나란히 앉아서 상은 우리가 받았으면 좋겠다. 하하!”

-20% 시청률을 넘어 어떤가.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요즘 20% 시청률을 넘는 게 쉽지 않은 기회이니까 정말 기뻤다. 반면에 이렇게 20%를 넘는 게 버겁고 힘들구나 하는 걸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넘치는 사랑을 받았구나 더욱 실감한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움도 있고, 욕심도 있었고, 기쁨도 공존했던 작품이었다. 우리 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모은 것은 억지가 많이 배제됐기 때문 아닐까? 볼거리를 위해 추가한 과한 설정들이 없었다.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적인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 가족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시청자 향수를 자극한 것 아닌가 한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이 드라마가 뭔데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TV를 보지?'하면서 같이 앉아서 보다가 자연스럽게 주말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며 드라마를 보게 됐다는 내용을 봤다. 그런 시간을 시청자에 드린 것 같아 기뻤다.”


-가족 이야기라서 가족들 반응이 궁금하다.

“가족들이야 좋아하지. 올해 10살이 된 첫째 딸이 엄마, 아빠와 함께 본 드라마이기도 하다. 부모 지도 하에 드라마를 함께 봤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내게는 더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내가 엄지원과 뽀뽀하려 하면 '으아악!'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긴 하더라. 하하하.”



-2023년 ENA '남남'에 이어 또 다시 중년 로맨스를 표현했는데.

“중년의 사랑을 연달아 연기해서 좋았다. 내 주위에서 '너 아직 로맨스 되는구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다. 여자 선배들도 '내가 드라마 보다가 설렘을 느낄 줄은 몰랐어' 이런 반응을 해줬다. 10대, 20대, 30대 사랑 이야기 다 해봤다. 지금 이 나이의 사랑 이야기는 연륜이 쌓이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남남'과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모두 기술적으로 노력한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쟤는 왜 폼만 잡으려고 해?' 이렇게 생각하면 할 말은 없지만. 중년 로맨스를 연달아 맡았다 해서 그것을 '행운'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감성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크다. 처음에는 도전이라 생각하며 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니 더욱 기쁘다. 로맨스를 위해 옷 한 벌 입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첫 느낌이 설렘을 좌지우지한다 생각해서 스타일리스트와 다각도로 논의했다.”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안재욱.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는 딸, 아들에게 어떤 아빠인가. 나중에 아이들이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 지난해 채널A '아빠는 꽃중년'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육아 과정도 공개한 바 있는데.

“첫째가 10대가 되면서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자녀들과는 방송에 출연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싫어하면 미안할 것 같아서 그렇다. 아이들의 재능을 캐치하는 게 부모의 몫이라 생각해서 예체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 노력한다. 시간 될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한다. 당장 다음 주에도 아이들 데리고 제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이들이 나중에 배우가 된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추천해서 배우를 시킬 마음은 없는 정도다. 아내(최현주)도 뮤지컬 배우이다 보니까 주변에서는 아이들에게 끼가 있다고는 하는 것 같다. 학예회나 합창대회 같은 걸 하면 상도 받아 올 때도 있다. 그럼 나는 '요즘 애들 다 저 정도는 해'라며 넘긴다. 다만, 아이들이 뮤지컬을 극장에서 보고 하면서 배우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키우는 거 같다. '나도 커서 배우 할까?' 이런 식으로 말하고는 한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배우들이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올해로 31년째 활동하고 있다. 연기 한 우물을 판 계기는 무엇인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내가 계획을 하려고 했던 방향과는 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유명 배우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에게 배우로서 이름 석 자 남기는 정도의 위치가 된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톱스타의 자리는 겁도 나고, 자신도 없었다. 작품에 있어서는 많은 관심을 받길 바라지만, 평소에는 내 자체가 이슈가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30년 더 연기 해야지. 달리 재주가 없다. 너무 힘들어서 '이 일 하지 말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게 반나절 밖에 안 간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요즘 후배들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게 팬의 입장에서 정말 멋있다. 부럽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1990년대에 활동해서 사랑 받은 추억을 가진 게 오히려 다행이다. 지금처럼 K팝, K드라마가 인기가 많아져서 많은 스타들과 함께 활동해야 하는 시기였다면 난 명함도 못 내밀었을 거다. 초반에 치고 빠진 게 천만다행이지. 하하하!”



-후배들에게 30년 한 우물 판 선배로서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후배들에게 하는 말은 늘 똑같다.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반한다면 계속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란 직업은 남이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본인이 원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길 바라는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전체를 위한 포지션을 인식하면 된다. 절대 혼자 잘나서는 반짝스타가 될 수 있겠지만 오래 갈 수 없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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