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판 망사용료 논쟁?...빅테크 vs 전력사, 데이터센터 전기료 '신경전'

[황치규 기자]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AI 확산 속에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회사와 테크 기업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전력 회사들은 테크 기업들이 데이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 관련해 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고 테크 기업들은 이미 공정하게 비용을 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큰틀에서 양측 공방은 통신사들이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인프라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망사용료 논쟁과도 유사해 보인다.

전력 회사들은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전력 인프라 비용 때문에 다른 고객들이 부과하는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력 회사들은 노후화된 그리드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비용 급증, 기후 변화 관련 리스크, 데이터센터 및 전기차 등 전력 수요 증가 요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이전보다 많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전력 회사들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포함해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전력 그리드에 연결하는데 보다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미국 버지니아에선 전력 회사인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가 올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장기 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사용량과 무관하게 일정량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동의하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했다.

이같은 조치들은 버지니아 주에서 이뤄지는 전례 없는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에 필수적이란게 도미니언 에너지 입장이다.

버지니아 주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0%를 지원하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도미니언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로부터 40기가와트(GW) 전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는 최소 1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버지니아 주 의회 위원회는 지난해 주 내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그동안 그들몫에 해당하는 전기 요금을 내왔다고 밝혔지만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위원회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모든 고객 비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고 WSJ은 전했다.

테크 기업들과 전력 회사들 간 신경전은 앞으로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아침에 해법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테크 기업들은 AI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계속해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800억달러, 구글은 850억달러, 아마존은 1000억달러를 데이터센터 구축에 쓸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데이터센터가 아직 많지 않은 지역들에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력 공급업체들은 엄청난 신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캔자스, 미주리, 텍사스 지역 전력 회사들은 데이터센터 연결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고 오하이오주는 7월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비용 일부를 기업들이 더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테크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구축 회사들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 업계 단체인 데이터센터 연합(Data Center Coalition)은 이를 변경하기 위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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