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앞다퉈 "AI 주도"
"韓, 자립 생태계 구축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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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이 외교·산업 양면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기술을 넘어 안보·통상·외교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독자 생태계 구축 전략이 미중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는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할 경쟁”이라고 선언하며 ‘AI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AI 액션 플랜에선 AI를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국 주도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액션플랜에는 동맹국 위주로 미국산 AI 수출을 확대해 국제 AI 리더십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액션 플랜은 기술 공급망의 탈중국화와 유사하게, AI 영역에서도 ‘친미 블록’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현재 많은 국제 논의들이 미국의 가치와 맞지 않는 문화적 아젠다를 밀어붙이거나, 중국 기업이 얼굴인식·감시 기술의 국제 표준을 주도하려는 시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AI 행동계획’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중국은 국제협력을 이끌 글로벌 AI 협력기구 설립을 전격 제안한다”며 ”현재 AI 핵심 자원과 역량은 소수의 몇 개 국가, 소수의 몇 개 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AI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한 행동 계획’도 발표했다. △AI 기회 공동 포착 △AI 혁신 발전 촉진 △AI를 통한 산업 발전 △포용적이고 포괄적인 AI 혁신 △다각화·개방적·혁신적 생태계 구축 △고품질 데이터 공급 △에너지 및 환경 문제 효과적 대응 △표준·규범 합의 촉진 등을 담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식 AI 주도권’에 맞서, 중국은 국제 거버넌스에서의 연대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중 양강의 AI 패권 전쟁 속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이 시험대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버린 AI’는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구축한 AI 생태계를 의미한다. 정부는 ‘국가대표 AI’ 사업을 띄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AI 국가대표 기업으로 선정해 1조4000억 원 규모의 GPU와 데이터를 지원하고, 우수 인재의 양성을 돕는다. 특히 국내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모델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의 개발력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소버린 AI를 개발해 AI 주권을 확보하자는 정책적 목적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미국 AI 행동 계획에 따른 우리나라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핵심 AI 모델과 플랫폼이 미국 중심으로 구축되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하위 공급자 역할에 머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업계에선 AI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한 미중의 전략에 대응해 한국도 AI 기반 경제안보 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완화, 모델 경쟁력 확충 등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1등인 미국이 이렇게 적극 나서는 만큼 우리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경우, 국내 1위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 대한 특별법을 정기국회에서 발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투데이/이은주 기자 (letsw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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