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뉴스1 |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내년 8월까지 당을 지휘할 그는 수락 연설에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일성으로 협치는커녕 야당과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정 대표는 경선 기간에도 ‘당 대포(大砲)’를 자임하며 국힘 해산을 거론했다. 선거 때야 득표를 위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당선되자마자 제1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대결을 선언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난 강선우 의원에게 전화해 “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힘내시라”고도 했다. 보좌진 갑질 의혹 등으로 사실상 국민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도리어 감싸고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강력한 당대표가 돼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방송 3법과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대법관 숫자를 크게 늘리는 법 등을 두 달 이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사법 시스템과 언론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법안을 충분한 숙의도 없이 전쟁 치르듯 단기전으로 끝내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라며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고 했다.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집권당 대표의 중요한 역할이다. 대통령이 민심에 어긋나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람이 “눈빛만 봐도 안다”라며 대통령과의 친분만 강조해선 곤란하다. 국민 눈보다 대통령 눈을 더 의식한 당정은 예외 없이 국정에 실패했다.
지금은 경제·안보 위기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내려앉았는데 미국발 관세 폭탄이 떨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방위비 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과 싸움에만 몰두하기엔 안팎의 사정이 급박하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 대표라면 정부와 함께 이런 현실에 대응해 국민을 지켜낼 책무가 있다.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가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민주당 내부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 전체, 국가 이익을 아우르는 큰 정치를 기대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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