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호 인선 열쇳말은 '탕평'... 사무총장 조승래·정책위의장 한정애 깜짝 중용

비서실장 한민수·정무실장 김영환
주요 당직엔 '중립' 성향 인사 기용
"실사구시 탕평인사 상징하는 인선"

정청래(오른쪽 세 번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오이농가를 찾아 수해복구 작업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핵심 당직'으로 꼽히는 사무총장에 3선의 조승래 의원, 정책위의장에 4선의 한정애 의원을 3일 임명했다. 두 의원 모두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은 '중립형' 인사로 꼽힌다. 당대표 선출 직후 "실사구시형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정 대표의 통합 의지를 상징하는 인선으로 평가된다.

정 대표의 주요 당직 인선은 그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 꼽혀왔다. 정 대표로선 안정적인 대표직 수행을 위해 '우군'의 전진 배치가 필요하지만, 당내 통합을 위한 안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자인 박찬대 의원을 공개적으로 돕는 의원들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인재풀을 넓히는 차원에서라도 의원들 끌어안기는 불가피했다. 정 대표가 전날 수락 연설 등을 통해 "정청래와 박찬대는 안 헤어질 결심을 여러 차례 했다"며 "박찬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가장 먼저 정청래호(號)에 탑승한 이들은 일단 최측근들이었다. 정 대표는 전날 당대표 선출 직후 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 현장에서 최고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당대표 비서실장에 한민수 의원 △정무실장에 김영환 의원 △대변인에 권향엽 의원을 내정했다고 권 대변인이 밝혔다. 모두 초선 의원들로, 전당대회 기간 정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사들이다.

관심은 핵심 당직 인선에 쏠렸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과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 등이다. 2일 최고위에서 이들 당직과 관련한 의중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던 정 대표는 고심 끝에 사무총장에 조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한 의원을 낙점했다. 조 의원은 현재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고,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모두 정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졌던 이들은 아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두 인사 임명을 의결한 뒤 "조 사무총장과는 국회 과방위에서 위원장과 간사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데 전략과 업무 처리 능력이 매우 뛰어나 사무총장으로 더 없이 좋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한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도 "정책 전문가인 데다 의원들과 관계도 매우 좋아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전혀 예상 밖의 인선"이라며 "통합형 인사를 하겠다는 정 대표의 상징적 인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는 정 대표와 함께 선출된 황명선 신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전신인 '이재명 최고위' 위원들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한다. 정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평당원에서 뽑겠다"고 말했다. 평당원이란 선출직 지방의원 등을 뺀 그야말로 '평범한 권리당원'으로, 민주적 선발 과정을 거쳐 기용하겠다고 정 대표는 밝혔다. 이를 통해 '당원 주권 정당'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겠다는 게 정 대표의 의지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