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지난 7월3일 상법 개정에 이어, 2차 개정 법안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예정대로라면 8월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주식회사에 이사회를 두는 이유는 대주주나 경영자가 중요 사안을 혼자 결정하지 않고, 자신들로부터 독립된 이사의 견제를 받으며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 지분이 높은 우리나라 대다수 회사에서는 이런 감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주주가 껄끄러워하는 이사 후보는 주총에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선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에 있는 제도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무력화돼 있다. 90% 이상의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고, 대부분의 감사위원도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일괄 선출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와 그렇지 않은 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이사로 먼저 선출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사 선출 단계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아 대주주가 원하지 않는 후보는 이때 이미 배제된다. 감사위원 선출 단계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일반주주가 문제 후보를 낙선시키는 데만 도움이 된다. 반면,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그렇지 않은 이사로부터 분리해서 별도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사 선출 시 감사위원으로도 선출된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대주주가 반대하는 후보도 선출될 수 있다.
이번 2차 개정은 무력화된 두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되며,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첫째, 재계는 최대 주주 외의 주주 연합이 이사회를 적대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들이 선출할 수 있는 이사는 많아도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 2명과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1명에 불과하다. 4명 이상을 선출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대주주 또는 경영자에게 대단히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이므로 지배권 이전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둘째,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이사들이 일반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도 나머지 일반주주의 지지 없이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코 이사로 선출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셋째,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 추천 이사들이 장기 투자를 어렵게 해 회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무리한 주주환원 요구로 주가가 하락하면 행동주의 펀드 역시 손해를 본다. 또 학계에서는 이들의 주주 활동이 회사의 장기 성과와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넷째, 재계는 주주 추천 이사들에 의한 기밀 유출을 우려한다. 하지만 유독 이들만이 기밀 유출에 따른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다섯째, 재계는 두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의 이사 선출제도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며, 각국이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자국의 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외면한 주장이다.
끝으로 재계는 의결권 제한이 위헌적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주주가 이사 선출을 독식함으로써 발생하는 자기 감독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또한 헌법이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경제 규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외면하고 있다.
재계는 왜 이토록 무리한 논리를 동원해 두 제도에 반대하는 것일까? 결국 주주가 추천한 이사들의 견제에 가로막혀, 그동안 누려왔던 사익 추구 관행에 제동이 걸릴까 두려운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입장을 바꿔 주주 추천 이사들의 정당한 견제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제언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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