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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퇴진 두려운’ 이시바, 전후 80년 담화 포기”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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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직 위태, 자민당 보수 세력 눈치 본 듯”
무라야마·아베 이은 역사 메시지 무산
오는 15일 전후 80주년을 맞아 역사 메시지를 준비해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결국 담화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무라야마·고이즈미·아베로 이어져 온 ‘10년 주기 전후 담화’의 흐름이 이시바 총리에서 끊기게 된 것이다. 지난달 자민당 참의원 선거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당내 보수파의 반발까지 더해지자 “역사보다 생존”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LDP) 총재 이시바 시게루가 2025년 7월 20일 일본 도쿄의 참의원 선거 당일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LDP) 총재 이시바 시게루가 2025년 7월 20일 일본 도쿄의 참의원 선거 당일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총리들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를 시작으로, 10년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담화를 발표해왔다. 이는 일본의 역사 인식과 외교 노선 변화를 상징하는 정기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사회당 소속이던 무라야마는 4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일본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무너트리고 1994년 총리가 된 인물이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명시했고, 이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계승됐다.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담화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2015년 아베 신조 총리는 “우리 아이들과 손주 세대가 사죄의 숙명을 지게 해선 안 된다”며 사죄를 과거형으로 정리하고, 역사 인식의 선을 사실상 후퇴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무라야마 전 총리 /연합뉴스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무라야마 전 총리 /연합뉴스


이시바는 당초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치는 공식 담화 대신, 개인 자문기구를 통해 과거사와 전쟁 책임을 검토하고 ‘메시지’ 형식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전 담화문은 모두 각의 결정을 거쳐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내 ‘아베 담화 이후 새로운 담화는 불필요하다’는 강경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고, 일본 언론들은 “지금 담화를 발표했다간 정권 퇴진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정권 내부에 팽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민당 핵심 관계자는 “이시바가 역사 인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간 보수파가 집단 반발하며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시바도 “지금은 그런 메시지를 낼 시점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담화 추진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일본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의원간담회를 마친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간담회에선 이시바의 사퇴 요구가 빗발 쳤으니 이시바는 사퇴를 거부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의원간담회를 마친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간담회에선 이시바의 사퇴 요구가 빗발 쳤으니 이시바는 사퇴를 거부했다. /EPA 연합뉴스


일본 정치권 안팎에선 “이시바가 담화를 발표했다면 사죄라는 표현은 피했더라도 주변국에 대한 공감과 배려, 책임 의식을 담은 유연한 메시지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시바는 자민당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로, 그간 한국 등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는 지난 선거 참패 후 여러 지식인과 만나 전후 80주년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고, 산케이는 “이시바가 다음 달 2일 관련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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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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