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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힘든 폭염, 멸종위기종은…한글로 살아난 경고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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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그린 북극곰·코뿔소·여우…생물그림작가 '숨탄것들'

세계적 무더위 속 '습지 미래' 논의…선언, 실행으로 이어져야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글생물그림작가 '숨탄것들' 팀이 그린 생물 다양성 주제의 글씨 그림(진관우 작가 제공) ⓒ 뉴스1

한글생물그림작가 '숨탄것들' 팀이 그린 생물 다양성 주제의 글씨 그림(진관우 작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지쳐 '더워서 죽겠다'는 험한 말이 나오는 계절이다.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털 옷까지 입은 동물들은 어떨까. 체온이 다르고 사는 법은 다르겠지만, 변한 기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인류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다.

한글로 동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팀 'STGD'(숨탄것들)의 작품은 그 질문을 시각적으로 던진다. 늑대의 털, 기린의 무늬, 앵무새의 깃털 하나하나가 모두 글자들로 채워져 있다. 가까이서 보면 무수한 낱말이 보이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생명체로 다가온다. 언어로 새긴 자연은 기록에서 그림이 된다.

작품 속에는 북극곰과 코뿔소, 여우 등 멸종위기종도 숨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러 동물을 찾아서 눈을 굴리다 보면 '이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은 진관우 작가다. 그는 일상에서 쓰이는 한글로 생명의 형상을 빚어내며 '글자가 곧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진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가 사라지듯, 종(種)이 사라지면 생태계도 무너진다"며 작업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한국적 언어성과 지구적 환경 위기를 동시에 드러내는 창으로 평가된다.

이런 메시지는 지금 국제사회가 맞닥뜨린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7월 24~31일,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에서는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람사르협약은 1971년 이란에서 채택돼 전 세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환경조약으로, 현재 약 170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적용할 '람사르 전략계획'이 논의됐다. 개발도상국의 생태계 다양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 정부(환경부)는 습지 모니터링에 '생태적 취약성 평가'를 포함하자는 결의안을 제안했다.

습지는 단순한 습한 땅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허파이자 정수기다.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수많은 철새와 양서류, 어패류의 터전이 된다. 평균 기온이 올라갈수록 습지가 말라갈 가능성이 있다. '자연히 그렇다'고 방치하기엔 인류에게 주는 게 많고, 사라진 뒤에는 복원하기조차 어렵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될수록 습지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람사르협약이 10년 단위 전략계획을 마련해 각국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습지는 국제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지켜야 할 자산이다. 선언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재원 마련, 취약성 평가, 현장의 실행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약속은 힘을 갖는다.


폭염 속에서 한글로 빚어낸 동물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이나, 국제무대에서 습지를 지켜내려는 논의는 결국 '사라지기 전에 지켜야 한다'는 맥락에 닿아 있다. 기후위기 시대, 예술과 국제협약은 서로 다른 언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지키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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