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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박찬대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의 사퇴로 넉 달 동안 공석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가 2일 오후 새로 선출된다. ‘내란 세력 청산’과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두 과제를 내걸고 보름 남짓 경쟁했던 정청래·박찬대(기호순)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전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정 후보), “국민의 힘 해산을 청구하겠다”(박 후보)며 표심에 호소했다.
“내란정당 국민의힘 해산” 몰아치기엔 한목소리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두 후보는 한표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막판 선거전을 펼쳤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란과의 전쟁 속에서는 정청래 같은 강력한 리더십, 전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당원과 국민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대표 선거전의 승기가 본인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 후보는 이날도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 맞고 해산해야 될 것”, “당 대표가 되면 검찰 개혁을 최우선으로 배치하겠다”는 등 수위 높은 대야당 공세 발언을 이어갔다.
선거 초반 ‘협치와 통합’을 외치다 후반부터 ‘내란 척결’ 등 강경 메시지로 선회한 박 후보도 질 수 없다는 듯 “국민의힘 해산”을 외쳤다. 박 후보는 지난달 31일 “내란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것이 수사로 밝혀져 죄가 인정된다면, 법무부 장관에게 해산 심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한남동 관저 체포 저지’ 집회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해 집권 여당을 이끌겠다며 출사표를 낸 두 후보가 나란히 ‘국민의힘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전당대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권리당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에서 국민 여론조사는 30% 반영되지만 권리당원 표심은 두 배 가까이 많은 55%가 반영된다. 권리당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두 후보 모두 전력으로 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추격자’로 평가되는 박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를 얼마나 앞서느냐가 역전의 관건으로 꼽힌다.
권리당원 표심을 놓고 두 캠프의 설명은 엇갈린다. 정 후보 쪽은 지난달 19∼20일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확인된 득표율 격차가 2일 발표되는 최종 전국 권리당원 득표율 격차에서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 후보 쪽 관계자는 이날 “최근 정 후보가 다른 일을 제쳐놓고 수해 복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당원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당원들은 처음부터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원했고, 최종 권리당원 득표율은 충청·영남권 합산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 쪽 관계자는 “수해로 권역별 순회경선(지난달 26∼27일 호남권과 경기·인천권)이 취소되면서 앞서 투표한 충청·영남권 외 지역의 당원들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며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다”고 주장했다.
“격차 더 벌어져” vs. “대의원 표 합산 땐 역전”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두 후보는 전체 투표 결과에서 15%를 차지하는 대의원 표심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정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30% 반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1표가 권리당원 17명의 표에 맞먹는 대의원 표심 향배에 두 후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정 후보는 라디오 출연 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에게 전화를 돌려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었고, 나머지 시간은 ‘전화 선거운동’에 매달렸다고 한다.
박 후보 쪽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세가 박 후보에게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의원 표의 상당 부분도 박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박 후보 쪽 관계자는 “박 후보에 대한 대의원 지지세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상대적 열세인 점을 충분히 만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정 후보 쪽은 “권리당원 표심에서 정 후보가 워낙 앞선 데다 예전처럼 국회의원 지시에 대의원들이 모두 따르는 분위기가 애초부터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일 오후엔 두 후보 간 막판 신경전이 격화되기도 했다. 정 후보가 MBC 라디오에서 “당원들이 국회의원을 압도적으로 이긴다”고 말한 데 대해, 박 후보 쪽이 ‘갈라치기’라고 반발하면서다. 정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국회의원의 ‘오더’(지시) 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박 후보 캠프는 “당원과 국회의원의 마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당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강력한 경고의 뜻을 표하며, 지금 당장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2일 오후 2시 시작한다. 수해로 결과 발표가 미뤄진 호남권, 경기·인천권, 서울·강원·제주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함께 대의원 투표,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한 번에 발표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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