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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의 세상만사] 마침내 한-일 역전

헤럴드경제 신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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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참 나쁜 나라다. 임진왜란, 35년 강점 등 평생 빌고 또 빌어야 하는 중죄를 짓고도 끊임없이 우리 속을 뒤집었다. 그 바람에 우린 더 일찍 선진국이 되고 마침내 발밑에 깔았지만 우리가 도발에 기죽지 않는 불굴의 민족이 아니었으면 그들의 말대로 ‘없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1945년 8월 15일, 80년 전 그날 우리는 일제의 잔인한 사슬을 끊었다. 온 나라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아베 노부유키 당시 조선 총독이 일갈했다.

“일본과 조선은 30여 년간 한몸으로 지내며 전쟁에서도 함께 싸우며 고생한 사이다. 경거망동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지 말라.”

광복 5년 만에 6·25 전쟁이 터졌다. 일본은 공장을 쌩쌩 돌리고 신나게 물건들을 팔아 졸부가 됐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100년이 지나도 힘든 나라’라고 했다.

1981년 88 올림픽을 유치했다. 5개월 뛴 서울이 4년간 준비한 나고야를 제쳤다. 일본은 언론까지 들고 일어나 ‘외국 빚을 잔뜩 지고 있는 무능한 나라’라며 실패가 뻔하다고 했다.

1990년쯤에는 한국을 ‘도둑국가’라고 했다. 일본 책, 영화, 만화 등의 해적판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문화개방을 통해 ‘빨대 같은 후진국’의 돈 좀 벌어보자는 속셈이었다.


2005년 아소 다로 당시 총무상은 “한국은 일본 덕에 근대화됐다”고 했다. 혹자는 “한국은 일본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나라”라고도 했다.

2000년 초 한류 바람이 불자 실컷 즐기면서도 ‘기껏 5년이 한계’라고 했다. 2019년에는 느닷없이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을 통제했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었다.

매번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었으나 우리는 그 ‘매번’ 힘을 키우며 발전했다.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은 일본을 확실하게 무찔렀다. 강한 정신으로 금메달 12개를 땄다. 종합 4위였다. 일본은 금 4개로 14위. 30년 이상 이어진 극일의 스포츠였다.


대중문화개방은 한류의 출발이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노래·영화·드라마에 이어 푸드·뷰티·방산까지. 한류와 K-컬처는 사반세기 동안 역동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반도체 관련 품목의 수출통제는 대반전의 결정타였다. 우리는 차분하게 대처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은 한국의 당찬 역습에 놀라 4년 후 슬며시 풀었다. 재미 못 본 장사였다.

도쿄 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995달러였다. 우리는 109달러였다.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에는 2만4072달러 대 4571달러였다.


그리고 2023년. 한국 3만5563달러, 일본은 3만3849달러였다. 황홀한 추월이었다. 그 멋진 역전극은 올해까지도 이어졌다.

최근 포브스는 ‘2025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10개국’ 리스트를 내놓았다. 평가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6위였다. 일본은 프랑스에 이어 8위였다.

자고 일어나니 일본을 앞지른 문화선진국이고 경제강국이었다. 묵힌 한을 풀었으나 차가운 ‘경제적 동물’ 일본을 얕잡거나 저급한 언행으로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거망동’하다가 일본처럼 잡힐 수 있다. 우리는 따뜻한 문화민족이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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