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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기부’로 구애, 고향 사랑 커졌지만…

머니투데이 최현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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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上)]사용처 직접 발굴·모금 ‘자치’ 부합…‘수익’에 방점 둬야

[편집자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를 맞았다. 제도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제도 개선을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2023년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관심 있는 지역에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고, 최대 1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부금의 30% 이내에서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지역 특산물 등 답례품도 제공받는다.

이 제도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국 243곳 지방자치단체 중 약 84%에 해당하는 203곳은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재정자립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전북(27.9%), 전남(28.7%), 광주(46.2%) 등은 자립도가 낮은 반면, 서울(81.2%), 세종(69.7%), 경기(65.7%) 등 수도권 지역은 전국 평균(52.6%)을 크게 웃돌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3으로 불균형한 현 구조 속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중앙에 집중된 재정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도입 초기인 2008년 81억엔에서 2023년 1조1175억엔으로 약 138배 성장했다”며 “우리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재정 이전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제도가 자리 잡으면 지방도 중앙에서 받은 지원금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경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은 단순한 기부 보상 수단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홍보를 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도입 2년 반…누적 기부 1529억원, “정착 단계 진입”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이후 모금액은 점차 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3년 시행 첫해에는 약 650억2000만원이 모금됐으며 기부 건수는 52만5000건에 달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총 모금액은 879억3000만원과 기부 건수는 77만4000건을 기록, 금액과 건수 모두 1년 사이 각각 35%, 47%씩 증가했다.

기부금은 농촌으로 집중됐다. 자치구보다 군 지역의 평균 모금액이 높았다. 2023년 기준 군 지역의 평균 모금액은 3억8000만원으로 시(2억9000만원), 자치구(9000만원)보다 높았다. 제도의 취지대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혜택이 집중됐다.

기부 금액은 세액 공제가 가능한 10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가 주를 이뤘다. 전체 기부의 약 83%(44만여 건 이상)가 전액 세액 공제가 가능한 10만원 이하의 금액이었다. 대규모 기부보다 소규모의 ‘자발적 참여’가 제도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부자가 ‘사업’을 선택한다…지정기부제 확대


2024년 6월부터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지정기부제’가 도입되면서 지자체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기부금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지정기부제 사례로는 광주 동구의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운영’과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가 있다. 동구는 이들 사업을 지정기부 대상으로 선정해 약 9억4000만원을 모금했다. 전남 곡성군은 ‘소아과 유치’를 위한 지정기부를 통해 목표액을 초과한 3억400만원을 모았다.

이 외에도 전남 영암군은 산후조리원 필수 의료기기 구입을 위한 기부사업인 ‘영양 맘 안심 프로젝트’를, 충남 청양군은 ‘정산 초·중·고 탁구부 훈련용품 및 대회출전비지원사업’을 지정기부로 지정해 각각 모금 시작 171일, 71일 만에 모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정기부 사례들이 기부자들에게 기부의 효능감을 주고, 동시에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의 중요한 재정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염명배 교수는 “지정기부제는 사회복지 중심으로 사용처가 한정됐던 고향사랑기부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며 “지자체가 사용처를 직접 발굴하고 모금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인 ‘지방자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대다수의 지정기부제 아이템이 사회보장 위주의 사업”이라며 “지자체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니만큼, 앞으로는 수익사업 위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심으로 떠오른 2030…발전하는 답례품



부자층도 변하고 있다. 2024년 기부자들을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33.2%를 차지했다. 이어 40대가 27.0%, 50대 22.3%, 20대 12.3%를 기록했다. MZ세대라고도 불리는 2030세대가 기부자의 45.5%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20대들의 기부 건수는 2023년 4만2400건에서 지난해 9만6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참여가 저조했지만 답례품 다양화와 SNS 홍보에 따라 참여율이 상승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20대의 절반은 수도권 출신으로 ‘고향’ 개념이 희박한 세대”라며 “40대 이상은 지역 연고를 보고 기부하지만, 20~30대는 SNS와 감성 콘텐츠, 트렌디한 답례품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젊은 기부자들이 늘면서 지자체들은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답례품을 내놓고 있다. 대전 중구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성심당 상품권(3만원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했다. 성심당 상품권은 1억4100만원(4703건) 상당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한 지자체 답례품 중 가장 많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는 올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체험형 답례품인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 서울 이용권’을 추가했다. 구 관계자는 “주요 기부 연령층인 3040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색 있는 답례품을 발굴하려 노력했다”며 “송파구를 많이 방문하는 3040대 부모 기부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답례품 유형도 특산품 중심에서 텃밭 분양, 관광·체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몇몇 지자체들은 이를 통해 ‘생활인구’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특산품인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맛볼 수 있는 ‘딸기수확 체험’을 답례품으로 내놓았다. 이 체험은 키즈카페, 케이크·퐁듀·모찌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가족 단위 기부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체험권은 단순한 답례품 제공이라는 차원을 넘어 기부자들을 논산시로 초청한다는 의미”라며 “차별화된 이색 체험 답례품이 우리 농촌을 활성화하고 시의 매력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년 6월 7일 농협 충북 보은군지부 임직원들이 청주 상당산성 일대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답례품인 보은군 농축산물을 홍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4년 6월 7일 농협 충북 보은군지부 임직원들이 청주 상당산성 일대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답례품인 보은군 농축산물을 홍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답례품의 변화가 기존의 지역 연고자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한 특산품 제공을 넘어 체험형 답례품을 확대하고,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맞춘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새로운 기부층 유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답례품의 다양성과 차별성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며 “지자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반영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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