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사람이 4배는 많은 것 같아요. 근래 이런 일은 흔치 않죠.”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7시 서울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인근의 한 영화관.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7도를 웃돌아 낮은 물론 밤에도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영화관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년 간 해당 영화관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70대 정모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진짜 많다. 3~4배는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일은 요새 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화관 매표소에서 만난 관계자 역시 “정확한 답변은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관객이 평소보다 많은 건 맞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영화 관람 직후 깔깔 웃으며 함께 온 일행과 함께 방금 본 영화의 후기를 나누는 사람들, 입장 시간 직전 사둔 팝콘을 가족과 함께 미리 나눠 먹는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단란한 풍경이 영화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450만장 할인권 중복 적용 혜택
이번 영화 할인권은 통신사 멤버십 할인을 제외한 경로 할인, 장애인 우대 할인, 청소년 할인, 조조할인 등 기존에 적용되던 할인 혜택과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 기준 2D 영화를 기존 티켓 가격에서 절반 할인한 7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 할인이 함께 적용된다. 할인된 티켓 가격 7000원에 정부 지원 할인권 할인 6000원을 함께 사용하면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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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덕에 오랜만에 영화관 찾아”
문화가 있는 날 할인 혜택에 6000원 할인권까지 더해 단돈 1000원으로 영화를 관람했다는 10대 박모씨는 “다른 날과 달리 1000원으로 영화를 보게 되니 확실히 평소보다 만족도가 높고 ‘이 영화를 1만5000원 주고 볼만한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줄어들었다”고 웃었다. 함께 온 10대 김모씨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는 “영화를 한 달에 3번 이상 보는 편”이라며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한 50대 여성 역시 “영화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며 “그나마 할인에 할인을 더해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왔다”고 토로했다.
그밖에 정부의 6000원 할인권 혜택 적용 없이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영화관을 찾았다는 시민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는 40대 임모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화를 보는 편인데 그나마도 영화 티켓 가격이 비싸서 카드사 할인 혜택을 꼭 받는 편”이라며 “나라에서 주는 할인 쿠폰이 있다는 건 전날 알았는데 이미 다운로드가 끝났더라”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몇 개월에 한 번꼴로 영화관을 찾는다는 20대 이모씨는 “나라에서 할인권을 제공한다는 정책은 알고 있었는데 제공을 못 받았다”며 “그래도 문화가 있는 날이라 7000원에 영화를 보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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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켓 적정가격은 얼마?
현재 영화 티켓 가격은 성인·2D 영화 기준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에 달한다.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가 코로나19 당시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2019년 주말 기준 1만2000원이었던 가격을 현재 수준까지 인상하면서다.
반면 시민들의 영화 티켓 가격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은 대부분 1만원 이하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공개한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영화 편당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티켓 가격은 8000~1만원 미만이 56.5%로 가장 높았다.
실제 이날 기자가 만난 시민들 역시 10명 중 9명은 적정 티켓 가격으로 8000~1만원 미만이라 답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도 “영화값이 9000원만 돼도 모두가 살만해진다. 한국에 천만 영화 1년에 10편씩 나올 것”이라는 한 누리꾼의 글이 155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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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사이트·앱 한때 마비도
그러나 이번 정책으로 극장은 잃었던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일일 관객 수는 86만2234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달 최고 기록이자 올해 최고 일일 관객 수다. 직전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지난달 25일에는 22만5496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약 282% 늘어난 수치다. 같은 날 개봉한 ‘조정석표 코미디’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 역시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개봉 첫날 43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 올해 개봉 영화 중 오프닝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6000원 할인권 정책이 관객 유입 및 영화 산업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최근 몇 년 새 침체된 극장가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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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티켓’ 8월27일 한번더
최윤서 인턴기자 ys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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