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제살인 용의자 “무시해서 범행”…그러고는 영안실까지 찾아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성 범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전 서구에서 ㅈ씨가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달아난 뒤 하루 만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대전 교제살인 사건의 용의자 ㅈ(25)씨는 31일 경찰에서 “(여자친구가) 나를 무시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서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서부경찰서에서 지난 29일 발생한 대전 괴정동 교제살인 사건 설명회를 열어 “용의자 ㅈ씨는 범행 전날 밤께 흉기를 샀으며 음독용 약물은 범행 뒤인 29일 오후 4시20분께 경북 구미에서 산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진술 과정에서 쓰러지기를 거듭해 범행을 계획했는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이 밝힌 ㅈ씨의 범행 전후 행적을 보면, 지난 28일 밤~29일 새벽 사이 흉기를 산 뒤 29일 낮 12시8분께 대전시 서구 괴정동에서 전 여자친구 ㄱ(31)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ㄱ씨는 범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용의자 ㅈ씨는 공유차량, 오토바이, 렌터카를 갈아타고 월평동, 가수원동, 도안동 등 대전권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30일 오전 10시39분께 ㄱ씨가 안치된 대전의 한 병원 영안실에 찾아왔다가 도주에 이용한 렌터카가 확인돼 경찰이 추적하자 대전 중구 산성동 지하차도에서 음독한 상태로 긴급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ㅈ씨는 30일 오전 병원에 들러 영안실 직원에게 ‘ㄱ씨 빈소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직원이 ‘누구냐’고 묻자 ‘남자친구’라고 대답한 뒤 달아났다. 영안실 직원의 말을 들은 형사들이 사진을 보여줘 ㅈ씨 임을 확인한 뒤 ㅈ씨가 이용한 렌터카의 위치추적장치를 뒤쫓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사관계자는 “용의자와 숨진 피해자는 배달일을 하면서 알게 됐고 지난해 10월께 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하려고 휴대전화, 문자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용의자에 대한 추가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긴급체포 시한 안에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해 일단 석방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회복 경과에 따라 검찰과 체포영장 집행 시점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스토킹·교제살인으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폭력 범죄 대응을 위해 전자발찌 부착 등 가해자 집중 관리와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대책은 스토킹 처벌법상 접근금지 조치 대상자를 전수 점검하고 재범 위험이 높은 대상자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 유치 등 강한 분리조처를 시행한다. 범죄 피해자 안전을 위해 가해자 재범 심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교제폭력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의 임시·잠정조치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피해자 보호가 지연된다는 지적에 대해 입법적 보완도 추진하기로 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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