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몬 5'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충분히 촉촉한가요?", "이끼는 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 대상이 무언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 동물인지, 식물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생명체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함께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는 악몽과도 같다는 존재. 바로 '아가몬'이다.
해조류 성분인 우뭇가사리와 이끼, 돌로 만들어진 낯선 생명체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공개된다. '아가몬 5'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반년 서울살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음 달 1일부터 서울관의 개방형 전시 공간 '서울박스'에서 미술 프로젝트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을 선보인다.
아가몬 인큐베이터 |
LG전자와 협력한 'MMCA×LG 올레드(OLED) 시리즈'의 시작이다.
첫 주자는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정체성, 젠더, 인권 등 현대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추수(TZUSOO·33) 작가다.
추수 작가는 3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겐 디즈니랜드 같은 공간"이라며 "이 공간을 어떻게 갖고 놀아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관객들이 오가는 서울박스 공간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전시동으로 쓰이는 건물 중심에 있는 서울박스는 약 430㎡(약 130평) 규모로, 미술관 곳곳으로 향하는 통로다. 1층 미술관 로비와 지하 공간에 이르는 높이는 17m에 달한다.
'아가몬' 제작 과정 |
전시를 준비한 박덕선 학예연구사는 "서울관을 찾는 관람객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이동의 중심지지만, 제약 사항이 많아 난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추수 작가는 이곳을 조각 설치 작품과 영상으로 채웠다.
한 가운데에는 지름 4.5m 크기의 '아가몬 인큐베이터'를 두고 아가몬이 자라나는 생태 환경을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수도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데, 마치 연못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
아가몬은 추수 작가의 오랜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그는 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으나, 예술가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다 보니 자동차를 타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떠올린 게 아가몬의 존재였다. 2023년 9월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박 연구사는 "아가몬은 수정이나 출산으로 귀결되지 않은 성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탄생한 존재"라며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고 말했다.
전시 전경 |
아가몬과 함께 선보이는 '살의 여덟 정령'은 거대한 화면에서 구현된다.
55인치 OLED 스크린 88대를 활용한 화면은 북동쪽과 남쪽에 각각 배치돼 있다. 동양 철학에서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를 나타낸다는 팔괘(八卦)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로 마주 보는 두 화면은 작가가 상상한 '디지털 정령'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태'(兌)와 '간'(艮)으로 이름 붙은 정령은 '귀엽다'고 말할 만한 존재는 아니다.
실제로 질병과 상처를 상징하는 태는 곳곳이 상처나 있거나 피어싱을 한 모습이다.
추수(TZUSOO) 작가 |
추수 작가는 "아가몬과 관련한 디지털 영상 작업은 처음"이라며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과정부터 음향을 채우는 과정 하나하나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관람객들은 거대한 벽과 같은 화면을 보면서 디지털과 물질의 의미도 고민해볼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6개월 동안 아가몬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술관 측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발해 시리즈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의 창작자들과 의미 있는 예술을 위한 실험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전시 전경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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