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25→15% 받아냈지만
FTA 이점 사라져 가격 경쟁서 불리
원가 절감 불가피 "미국 생산 확대"
실망 매물 쏟아지며 기아 7% 급락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차에 붙는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우리 자동차 업계는 25% 유지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다. 내심 바랐던 12.5%까지 관세를 낮추지 못하면서 미국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본, 유럽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관세 여파에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크게 깎인 현대차·기아만 해도 뼈를 깎는 원가 절감 압박과 출혈 경쟁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가 12.5%까지 낮아지길 기대했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미국에 파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어왔지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0' 혜택을 받아왔다. 최근 15% 관세를 확정 지은 일본, EU와 펼칠 경쟁에서 한국 자동차가 기존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들보다 관세율이 최소 2.5%는 낮아야 했다. 일본, EU와 같은 수준의 관세를 물게 됐지만 FTA 효과가 사라져 한국 자동차로선 불리한 게임이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리기 전까지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 붙던 2.5% 관세는 미국 내 한국산 가격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2024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투싼은 현재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8,705달러로, 경쟁 차종인 일본 도요타 라브4(2만9,550달러), 혼다 CR-V(3만100달러) 등보다 저렴하다. 2.5% 관세 우위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한국 정부 협상단도 미국 측에 12.5%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미국 내 자동차 업계 노조 반발과 제한된 협상 시한 때문에 이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FTA 이점 사라져 가격 경쟁서 불리
원가 절감 불가피 "미국 생산 확대"
실망 매물 쏟아지며 기아 7%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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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평택=뉴시스 |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차에 붙는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우리 자동차 업계는 25% 유지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다. 내심 바랐던 12.5%까지 관세를 낮추지 못하면서 미국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본, 유럽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관세 여파에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크게 깎인 현대차·기아만 해도 뼈를 깎는 원가 절감 압박과 출혈 경쟁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유럽보다 불리해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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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무역합의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이 7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사진이다. 백악관 SNS 계정·뉴스1 |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가 12.5%까지 낮아지길 기대했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미국에 파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어왔지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0' 혜택을 받아왔다. 최근 15% 관세를 확정 지은 일본, EU와 펼칠 경쟁에서 한국 자동차가 기존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들보다 관세율이 최소 2.5%는 낮아야 했다. 일본, EU와 같은 수준의 관세를 물게 됐지만 FTA 효과가 사라져 한국 자동차로선 불리한 게임이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리기 전까지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 붙던 2.5% 관세는 미국 내 한국산 가격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2024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투싼은 현재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8,705달러로, 경쟁 차종인 일본 도요타 라브4(2만9,550달러), 혼다 CR-V(3만100달러) 등보다 저렴하다. 2.5% 관세 우위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한국 정부 협상단도 미국 측에 12.5%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미국 내 자동차 업계 노조 반발과 제한된 협상 시한 때문에 이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원가 절감 압박도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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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
한국 자동차 업계로선 원가 절감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았지만 올리지 않고 버텼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 170만 대(2024년 기준)를 팔았고 이 중 100만 대 이상을 한국에서 생산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에 새로 지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70만 대 수준의 미국 생산 규모를 120만 대까지 키울 계획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원가 절감 과정에서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업계는 국내 생산량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원가 1% 절감도 만만찮은 자동차 업계로선 (관세 부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도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현대차는 4.48%, 기아는 무려 7.34% 하락 마감했다.
업계 "불확실성 해소"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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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
다만 종전 25%에 비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만큼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분기 관세 직격탄을 맞고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15.8%, 24.1%씩 뒷걸음쳤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15%로 관세가 조정된 결과 (25% 관세 대비) 4조 원 이상의 비용이 감소한다"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노력이 실행되면 최종 비용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업계도 25%의 고관세가 낮아지고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 나갈 계획"이란 입장을 내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일본, EU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관세 협상 결과를) 미국 현지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출시장 다변화, 미래차 전환 촉진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