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의 퍼미언 유전에서 작동 중인 석유 시추기. 로이터 연합뉴스 |
30일(현지시각) 타결된 한-미 무역 합의 사항 중 미국 에너지 1천억달러(약 139조원) 구매 합의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 물량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30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또한 향후 3년 반 동안 미국으로부터 1천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173억달러어치 수입했다.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는 2151만t으로 전체 원유 수입 물량 중 약 15.7%로, 사우디아라비아산(4789만t)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미국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는 약 564만t으로 30억9200만달러 규모다. 이번 합의가 이행되려면 한국도 수입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미국도 수출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보다 앞서 합의한 유럽연합(EU)과의 에너지 구매도 실현할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미 미국 언론들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7일 유럽연합은 미국과 향후 3년 동안 7500억달러(약 1041조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천연가스·원유·석탄 등 화석연료 에너지 전세계 수출 액수는 1658억달러였다고 로이터가 시장 통계 회사인 케플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합의대로라면 유럽연합은 내년에 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데, 이 액수를 채우기가 현재 상태로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사 회사인 가브칼을 인용해 “유럽연합이 미국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 수출량 전체를 수입해도, 연간 총 구매량은 1410억달러”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천연가스를 농축하고 탱크에 선적하는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은 이미 완전 가동 중이다. 또한 유럽연합과 한국 모두 에너지 수입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다만, 미국 업체들이 추가 수출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생산량과 설비를 늘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합의에서 2021년까지 2천억달러의 에너지 추가 판매를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뒤 중국의 미국 에너지 수입은 2017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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