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3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31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양국의 조선업 협력이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8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렸는데, 이 중 1500억달러(약 208조원)가 조선업 협력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펀드 규모를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의 직접 투자로는 한계가 있어, 공적 금융기관이 대출·보증 형태로 펀드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펀드를 통한 우리나라의 미국 조선업 진출 분야는 크게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로 나뉜다. 정부 보증과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가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산업장관 협상에서부터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제안해 협상 지렛대로 활용했다. 이번 펀드를 통한 협력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정부 보증이 동반된 만큼 기업들의 진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한미 관세협정 브리핑에서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내 조선업계는 향후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구체적인 집행 방안을 결정하는 데 힘을 모을 전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한화필리십야드 골리앗크레인이 블록을 인양하고 있다. 2025.7.20 [한화오션 제공] |
현지 파트너십·美 해군 MRO 참여 확대될 듯
이미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현지 파트너들과 손잡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왔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HII), 해양플랜트 전문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를 인수해 전면적인 현대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기존 연간 1척 건조에 그치던 조선소를 10년 내 연간 10척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병목공정 해소, 골리앗 크레인 운영 효율 개선 등 국내 기술력을 접목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아울러 이번 펀드가 마중물이 돼 국내 기업의 미 해군 함정 발주 사업 참여가 활성화되거나 직접적인 투자 방안이 검토될 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향후 200척 내외의 군함 발주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의 후속 조치로 미국에 대한 한국 함정의 수출길이 열리거나, 미국이 현행법을 개정해 비전투함을 넘어 전투함 MRO도 한국 기업에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내 조선 인프라 부족과 고비용 구조로 인해, 우방국 기술 기반의 생산과 정비 체계 도입은 미국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3척의 미 해군 MRO 계약을 따낸 바 있으며, HD현대중공업도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함정 건조와 더불어 장기 MRO 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관련 금융 지원에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 기관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 |
국내선 마스가 지원법까지 발의
아울러 한미 양국 모두 조선 협력 의지를 재차 공식화하며, 단순 수출을 넘어 합작법인 설립, 기자재 공급망 구축,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 등 다양한 민관 협업 모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한국 건조-미국 납품’ 모델에서 벗어나, 미국 내에서 한국형 건조시스템을 현지화하는 등 새로운 산업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단 분석이다.
정부도 향후 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마스가를 위한 지원법 대표 발의 계획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이 발의하는 마스가 지원법에는 한미 양국 간 조선업 협력 촉진 지원이 골자다. 특히 한국 기업이 미 해군의 군함 건조와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국가적 지원과 외교 협상 및 협정 체결 지원 등 내용도 담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