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 관세협상이 31일 타결됐다. 미국이 8월 1부터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지고 자동차 품목 관세는 15%로 결정됐으며, 쌀과 소고기는 식량 안보와 민감성을 감안해 추가 개방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미국산 소고기를 고르고 있다.?2025.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
소고기·쌀은 지켰지만 자동차는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반도체 등에서 최혜국 대우를 얻어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대미 투자금액 3500억달러 중 조선 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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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지켰다…"촛불집회 사진 보여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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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으로 한국 상품의 대미 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자동차도 동일하게 15%로 인하됐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했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막아냈다.
대가로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2000억달러는 반도체·배터리·원자력 등 첨단산업 투자와 금융 지원에 쓰인다.
농축산물 방어는 정부가 내세우는 최대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직후 SNS에서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즉각 부인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과 쇠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정치적 수사와 과장법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협상의 최전선에서 노력했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소고기·쌀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사진을 미국측에 보여주기도 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산 소고기는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이며 전세계에서도 1위"라며 "한미 FTA로 인해 이미 미국의 농산물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미국측에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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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5% 관세는 손해…"시간 끌면 불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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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07.31. jtk@newsis.com /사진=뉴시스 |
반면 자동차 분야는 아쉬움이 적잖다. 기존에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일본·EU는 자동차에 대해 2.5%의 기본관세가 적용돼 왔다.
한미 FTA로 관세율이 0%였던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2.5%포인트(p)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야 본전인 셈이다. 한국은 12.5%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15%를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미국 내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관세율 15%는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다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15%를 수용해 미국 자동차 노조 등의 반발이 심했다"며 "우리가 더 시간을 끌면 미국 내부의 정치적 반발로 인해 15%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까봐 협상에 속도를 냈다"고 밝혔다.한국산 자동차는 기존 0% 관세를 기반으로 경쟁해왔던 만큼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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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최혜국 대우 긍정적…조선업 협력은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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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보장 받은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은 조만간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이라는 점에서 관세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관세가 한국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봤으나 이번 협정으로 인해 위험 수준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조선업 협력도 주목된다. 여 본부장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마련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구조를 만든 건 진짜 윈윈"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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