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묻고 더블로’ 갈뻔?... 왔다갔다했던 트럼프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무역합의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습. (백악관 엑스 계정) 2025.7.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제안을 갖고 왔다. 오후에 대표단과 만나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워싱턴 시각으로 30일 오후 3시 52분이었다. 한미는 당초 31일 오전 ‘2+2(재무·통상) 협의’를 갖고 최종 담판을 짓기로 돼 있었는데, 하루 전 트럼프와의 면담이 전격 성사된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우리 협상단이 탑승한 차량은 오후 4시 30분쯤 백악관에 들어갔고, 대기 시간을 거쳐 약 40분 동안 트럼프와 협상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대표단이 백악관을 빠져나온 직후인 오후 6시 16분쯤 소셜미디어에서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구 부총리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 줄 알 수 없었다. (게시물을 보고) 이제 현실화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했다.

트럼프와의 백악관 협상 때 대표단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있었던 광우병 시위 사진을 지참해 갔다고 한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민감한 국내 여론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 트럼프는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에 대해 문의하며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액 액수를 놓고 양측이 실랑이하는 과정도 있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오케이(OK) 사인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금액이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우리는 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나 지난 10년 동안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현저히 작다는 걸 충분히 어필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일 협상 때와 같이 트럼프가 즉석에서 펜으로 수정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협상이 끝난 뒤 우리 대표단에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다른 나라와 직접 협상하지 않는데 특별히 각료급과 협상한 건 한국을 존경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방증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우리 대표단은 앞서 미 측 장관들과 만났을 때 조선업 협력 프로그램인 이른바 ‘매스가(MASGA) 프로젝트’와 관련해 가로 1m, 세로 1m짜리 대형 패널을 제작해 협력하고 싶은 내용을 담았는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첫 만남에서 미 측이 이를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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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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