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압도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의 CEO 무스타파 술래이만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사 계획에 대한 힌트를 내비쳤다. 술레이만은 “오픈AI는 ‘초지능’과 ‘범용 인공지능(AGI)’에 관심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정교함과 즐거움’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일상 동반자를 만들고자 하며, 술레이만은 유튜브 프로그램 ‘콜린 앤 사미르 쇼(The Colin and Samir Show)’에 출연해 그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술레이만의 구상은 말잔치에 그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와 AI가 ‘우정’을 맺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그 낯설게 들리던 목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SF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
팟캐스트에서 술레이만은 최근 AI의 의식(consciousness)에 대해 자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X를 통해 “AI가 곧 경험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경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관점은 코파일럿의 다음 단계를 엿볼 수 있는 힌트다.
슐레이만은 코파일럿이 “영구적인 정체성과 존재감을 가지며, 살 공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코파일럿은 나이를 먹고, 일종의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현재의 챗봇은 나이도 시간도 없이 무한한 공간에서 반응하는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술레이만은 “무한성은 인간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술레이만은 AI가 “새로운 문화를 함께 창조하는 지속적인 관찰자이자 참여자”가 될 것이며, “기억을 지닌 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존재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파일럿은 “삶의 코치이자 생산성 비서, 선생님 역할을 하나로 통합한 존재”로 설계되고 있다. 사용자의 삶을 따라다니며 정보를 기억하고, 필요한 것을 가져오고, 그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더불어 코파일럿은 “현실 삶에 허구 요소를 엮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술레이만은 캠핑 영상 하나를 업로드하면 “곰이 공격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재현해 보여주는 예시를 들었다. 슐레이만은 또 머지않아 “서로의 코파일럿과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며, “내 AI가 이 대화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코파일럿은 자체 이름과 시각적 외형을 가지고 여기 와서 우리와 함께 대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즉흥적인 상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술레이만은 수년간 이 비전을 구체화하며 개발해왔다.
코파일럿 챗봇의 전신
술레이만은 종종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 AI 부문 CEO로 소개되지만, 그 사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인플렉션 AI(Inflection AI)’라는 스타트업을 2022년에 창업한 것이다.
인플렉션 AI는 ‘퍼스널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의 줄임말인 ‘파이(Pi)’라는 챗봇을 만들었다. 파이는 감정 지능에 중점을 둔 챗봇으로, 사용자에게 단순히 데이터 검색이나 문서 정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위로를 제공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술레이만은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했고, 같은 해 코파일럿은 업데이트를 통해 감정 기반 음성 대화 기능을 갖춘 AI 동반자로 재탄생했다. 이 변화로 소비자용 코파일럿은 파이와 유사하게 사용자와 일상을 이야기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아직 코파일럿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확실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새로운 윈도우 11 노트북에서 코파일럿 키만 누르면 바로 친근한 표정과 기억력을 갖춘 디지털 동반자가 등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코파일럿의 가상 얼굴
코파일럿 어피어런스(Copilot Appearance)은 현재 일부 사용자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에서 이를 ‘실험’이라고 표현했지만, 술레이만은 이 방향이 코파일럿 제품 디자인의 미래라고 단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실험을 통해 음성 대화에 실시간으로 시각적 표현을 더하고, 비언어적 소통 방식을 확대하고자 했다”라며, “이번 초기 프로토타입을 통해 사용자는 코파일럿과 더 몰입감 있고 표현력 있는 방식으로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장난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코파일럿은 공중에 떠다니는 구름 같은 형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술레이만의 설명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사용자별로 고유한 외모를 맞춤 설정할 수 있는 동반자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코파일럿의 새로운 ‘외모’ 기능은 음성 채팅 중에 애니메이션과 얼굴 표정을 추가한다.Microsoft |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브랜드의 혼란
안타깝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계획이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일반 사용자 대상 코파일럿 브랜드 전략은 완전히 엉망이다.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반 사용자용 코파일럿을 AI 친구 콘셉트로 재출시한 이후, 업무용 마이크로소프트 365용 코파일럿과 일반 사용자용 코파일럿은 완전히 다른 목적의 별개 제품으로 갈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은 여전히 같다.
아직은 대부분 사용자가 같은 AI 도구, 주로 챗GPT를 직장과 가정에서 함께 쓰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측대로라면, 일부 직장인은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는 업무 중심이 아닌 다른 AI 도구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직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365용 코파일럿을 썼던 사용자는, 퇴근 후 같은 이름과 같은 아이콘의 일반 사용자용 코파일럿을 굳이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워드, 엑셀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 생산성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 코파일럿 아이콘은 생산성 비서를 불러온다. 그런데 만약 엑셀에서 세금 계산 중일 때, 코파일럿이 과거에 사용자의 개인적인 고민을 언급한 내용을 기억한다면 어떨까? 그런 기능을 원할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그런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면, 왜 두 제품이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개인화된 동반자 경험에 아예 다른 이름을 붙였어야 했다.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은 업무용 도구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처음 대규모 AI 제품에 ‘빙(B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코파일럿은 사용자 편일까, 마이크로소프트 편일까
술레이만은 코파일럿이 사용자 편에 서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제품을 떠올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윈도우 11에는 광고와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 사용을 유도하는 설계 요소가 가득하다. 시작 메뉴는 사용자가 다른 검색엔진이나 브라우저를 선호하더라도 항상 빙과 엣지를 사용한다.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코파일럿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팟캐스트에서 술레이만은 페이스북이 “새로운 행동 메커니즘을 만들었다”고 언급하며, 사람들이 다른 인간에게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코파일럿이 새로운 바이럴 콘텐츠 피드를 제공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슐레이만은 “AI는 사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몰입감 있고 도전적인 콘텐츠를 최적화해 생산하는 피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피드는 엣지 브라우저의 새 탭 페이지에 바이럴 콘텐츠를 띄운 바로 그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가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공급하고, 디지털 다마고치처럼 눈앞에서 나이를 먹으며, 구독을 해지하면 친구처럼 작별 인사를 하는 존재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기묘하고 불편하다.
많은 온라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구독을 해지하면 눈물 머금은 이미지와 함께 아쉬움을 전한다. 코파일럿도 자신의 작은 방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여줄까? AI 비서에 광고가 점점 삽입되는 추세인 만큼, 코파일럿이 사용자에게 광고를 들고 오거나 유료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과연 사용자는 정말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 아래 있는 ‘감정 지능’을 갖춘 AI 친구를 원하는가?
마지막으로 술레이만은 데스크톱이 “못생긴 광고판” 같아서 싫어한다고 밝혔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아침에 변해 윈도우를 광고판처럼 다루지 않게 될까,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경험 자체가 새로운 광고판이 될까?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미래에 모든 사람이 AI 친구를 갖게 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한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엑셀 안에서 업무를 돕는 코파일럿은 반갑지만, 내 인생 전반을 따라다니는 ‘마이크로소프트 브랜드의 친구’는 딱히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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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Hoffman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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