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오른쪽) 주호놀룰루 총영사.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인스타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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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에 있는 주호놀룰루 대한민국 총영사관(호놀룰루 영사관)에서 관저 요리사에 대한 총영사 부인의 갑질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외교부가 감찰 조사에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영사관 책임자들은 되레 피해자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2차 가해’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외교부는 최근 호놀룰루 영사관에 대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부터 호놀룰루 영사관 관저 요리사로 일했던 ㄱ(28)씨는 30일 한겨레에 “총영사 부인으로부터 과도한 감시와 간섭과 폭언 등 갑질을 당했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자 영사관 쪽은 ‘업무를 잘 이행하고 권리를 주장하는지 확인하겠다’며 오히려 내 잘못에 대한 진술서와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영사관 책임자들 “경위서 내라” 2차 가해
관저 요리사는 각 외교 공관 소속 행정 직원이지만, 관저 식사 행사를 주관하는 공관장 부인에게 업무 지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년 단위 계약 갱신을 위해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갑질’에 노출되기도 쉬운 환경이다.
ㄱ씨 설명을 들어보면, 육군 소장 출신으로 2023년 5월 부임한 이서영 주호놀룰루 총영사의 부인 ㄴ씨는 주방에 들어와 바짝 붙어 요리를 지시하는 등 지속해서 ㄱ씨의 요리 과정에 간섭했다고 한다. 파스타 삶기, 스테이크 굽기까지 쉴 새 없이 지시하는 ㄴ씨 말을 따르다가 ㄱ씨는 화구에 데어 10㎝ 크기의 상처가 남은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4월11일 만찬 준비 당시 ㄴ씨의 간섭과 감시는 도를 넘었다는 게 ㄱ씨 설명이다. 만찬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ㄴ씨는 50㎝ 곁까지 다가와 관찰했고, 조리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주방 여닫이문 사이로 고개만 내밀고 5분 이상 조리 과정을 빤히 쳐다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ㄱ씨는 “내 동선을 계속 지켜봤고, 촬영한 영상에 신체 일부도 찍혀 있어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참다못한 ㄱ씨는 영사관에 ‘고충 상담 보고서’를 제출해 피해 상황을 공식 보고했다.
피해 신고하니 1시간 동안 소리 지르며 폭언
문제는 이후 더욱 커졌다. 보고 사흘 만인 4월17일 ㄴ씨는 고충 상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고, ㄱ씨를 향해 1시간 이상 폭언을 이어갔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을 들어 보면, ㄴ씨는 ㄱ씨의 ‘인사성’에 문제가 있다며 “어디 가서 그렇게 하면 사람 취급도 못 받아. 가만 안 둘 거야”라고 했다. ㄴ씨의 문제 제기를 두고는 “개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나를”이라며 분노를 드러냈고 “노동법에 걸려요? 아니 노동자가 그런 것도 모르고요?”라며 비꼬기도 했다. 갑질 피해 신고 내용이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2023년 6월20일(현지시간) 이서영 호놀룰루 총영사(왼쪽)가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과 만나 기념 촬영하는 모습.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제공=연합뉴스 |
영사관의 총무영사·부총영사와의 고충 상담 과정에서는 ㄱ씨의 잘못을 들춰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들은 ㄱ씨에게 △점심시간 1시간 준수 여부 △냉장고에 여유분이 있는데도 소고기를 추가 구매한 이유 등에 대한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ㄱ씨는 결국 지난 5월 관저 요리 업무에서 배제됐고, 재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ㄱ씨는 8월 한국에 돌아올 예정으로, 과호흡과 우울 증세로 약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퇴직’ 예정이라 조사 중단했다는 외교부
갑질 의혹에 대해 이서영 총영사와 ㄴ씨는 한겨레에 “관저 부엌에만 에어컨이 나와 만찬 준비 시 부엌 또는 부엌 인근에 대기하며 만찬 준비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과도하게 따라다닌 적은 없으며 5분동안 요리사를 쳐다봤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동영상 촬영에 대해서도 “요리 기록 차원에서 요리과정을 동영상과 사진 촬영한 적이 있다. 영상에는 요리사의 손만 나온다”고 주장했다. ㄱ씨를 향한 폭언에 대해 ㄴ씨는 “인사성에 대해 지적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기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당시 ㄱ씨 요청에 따라 ㄴ씨가 삭제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ㄱ씨는 “동영상에는 손뿐만 아니라 엉덩이가 포함된 전체 뒷모습이 분명이 찍혀있었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화상을 입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총영사 쪽은 “만찬 준비 중 화상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신빙성이 미흡하다”고 주장했지만, ㄱ씨는 지난 2월 병원에서 받은 상처 부위 사진이 담긴 진단서를 한겨레에 전했다.
이 총영사는 ㄱ씨에게 점심시간 준수, 소고기 추가 구매 등에 대해 진술성 작성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는 “점심식사 및 휴게 시간은 오후 12시에서 1시까지인데 (ㄱ씨는) 주로 오후 1시30분 이후 업무를 재개했다”며 “이미 냉장고에 소고기 20인분 이상이 비축되어 있어서 잔여량 소진 뒤 소고기 구입을 지시했으나 추가로 14인분을 구매하는 등 불필요한 식자재를 과다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재료 손질을 중단할 수 없는 요리사 특성상 늦게 쉴 때가 있었지만 휴게시간 1시간은 대부분 준수했고, 1시간 이상 쉬었던 날은 ㄴ씨의 허락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소고기 추가 구입에 대해서도 “남아있는 고기의 만찬 일정에 따른 배분과 추가 고기 구매 여부는 ㄴ씨의 허락과 총무영사 보고 이후 허락이 떨어져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 총영사는 또 “공관 직원들에게 영리 목적으로 돈을 받고 김밥을 판매하거나 만찬 시작 전 와인을 한잔씩 먼저 따라 마시고, 하와이 소재 민간식당 주방에서 주말에 수차례 일한 정황도 발견하는 등 규정과 법 위반 행위를 해 교육과 시정조치를 내렸다”며 ㄱ씨의 평소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ㄱ씨는 “공관 직원들이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재료값만 받고 김밥을 싸온 것”이라며 “친했던 전임 관저 요리사가 하와이에서 식당을 운영해 레시피 회의를 위해 자주 방문하며 바쁠 때 잠시 도와준 적은 있지만 계약을 하거나 대가를 받고 노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외교부는 감찰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퇴직’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이서영 총영사와 부인 ㄴ씨 조사는 중단한 상태라고 ㄱ씨에게 알렸다. 외교부는 ㄱ씨에게 “공관 내 여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별도 진행 중”이라고 했고, 한겨레에는 “현재 감찰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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