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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수록 웃던 톰 왓슨을 배우면 어떨까

조선일보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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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의 올댓골프] 미소가 아름다운 이소미와 임진희도 AIG 위민스 오픈 우승 후보
우승 후보로 ‘BTI(Born To be Island)’는 어떨까.

31일 웨일스 로열 포스콜 골프 클럽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위민스 오픈을 앞두고 나오는 우승 후보 전망들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요 스포츠 베팅업체 18곳이 모두 프로 전향 후 첫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괴물 신인’ 로티 워드(21·잉글랜드)를 우승 후보 1순위로 지목하는 가운데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와 2위 지노 티띠꾼(태국), 5위 이민지(호주), 지난해 우승자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전통의 강자들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예측 불허의 비바람 몰아치고, 잘 친 공이 불과 10cm 차이로 벙커나 러프로 굴러갈지 모르는, 변수로 가득한 링크스에선 이 모든 예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링크스에선 기록보다는 태도가, 이름보다는 인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임진희(27)와 전남 완도 출신인 이소미(26)는 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란 뜻의 BTI란 팀 이름으로 지난 5월 미 LPGA 투어 유일의 2인 팀 대항전인 다우 챔피언십에서 나란히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PGA Q스쿨을 거쳐 데뷔 1년 5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들은 연간 20~30억원의 수입이 보장되는 안락한 국내 무대를 떠나 20대 중반에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들이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미국에서 뛰던 이들은 졸지에 메인 후원사를 잃었다. 그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뛰는 이들에게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4월 임진희에게 손을 내민데 이어 최근 이소미에게도 후원 계약을 맺었다. 활짝 웃는 이소미의 모습을 보면서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퓰리처상을 3차례 받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책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골프의 예를 들어 역경이나 외부의 중대한 도전을 마주했을 때 대응하는 문화적 차이를 비교했다. 디오픈에서 5차례 우승한 링크스의 강자 톰 왓슨(미국)은 드라이버로 친 공이 페어웨이의 ‘디보트(devot·잔디에 팬 자국)’에 빠졌을 때 “내가 어떻게 디보트에서 공을 쳐내는지 잘 봐!”라고 캐디에게 말한다. 반면 실력에 비해 숱한 역전패를 당했던 호주의 그렉 노먼은 “난 오늘 왜 이렇게 운이 나쁘지?”라고 불평한다는 것이다. 이는 왓슨과 노먼의 캐디를 모두 경험했던 고(故) 브루스 에드워즈(1954~2004)가 골프다이제스트와 했던 인터뷰를 인용한 것이다. 프리드먼은 왓슨 같은 태도를 지닌 이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반면 불운을 한탄하거나 남 탓하는 노먼 같은 태도를 지닌 이들은 변화에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톰 왓슨이 처음부터 이런 태도를 지녔던 것은 아니다. 왓슨은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링크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내 부족한 태도가 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1979년 나는 스스로에게 골프 코스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그것을 즐기기 시작하라고 말했다.” 왓슨은 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8승을 포함해 39번 우승했다. 메이저 8승 중 5승을 카누스티(1975), 턴베리(1977), 뮤어필드(1980), 로열트룬(1982), 로열버크데일(1983)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거뒀다. 2009년 턴베리에서 열렸던 디오픈에서는 59세의 나이로 아쉽게 준우승했다.

링크스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다. 언제든 잘 친 샷이 불운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골프도 인생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고 미소 지으며 앞으로 나갈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임이다. 이번 대회 기간 최저 기온 12도, 최고 기온 20도 안팎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 시속 24~32km에 달하는 강풍과 간헐적인 비가 예보돼 있다. 전형적인 링크스 골프가 펼쳐질 것이다.

올해 출전 선수 144명 중 한국 선수는 모두 22명이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우승한 신지애를 비롯해 강혜지, 고진영, 김아림, 김세영, 김효주, 마다솜, 방신실, 신지애, 신지은, 안나린, 양희영, 윤이나, 유해란, 이동은, 이소미, 이일희, 이미향, 임진희, 전인지, 주수빈, 최혜진, 홍정민 등이 도전한다. 최근 LPGA투어에서 준우승한 김효주와 3위에 올랐던 김세영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KLPGA투어의 강자인 마다솜과 방신실, 홍정민도 이변의 주인공을 꿈꾼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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