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살아난다…항공도 ‘방긋’
외국인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투자자 사이에선 ‘수혜 업종’ 찾기가 한창이다.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역시 ‘뷰티’다. 화장품 구입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성형외과·피부과 등 의료 쇼핑 열기도 뜨겁다. 글로벌텍스프리가 국내 주요 지역 10곳 업종별 판매 금액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외국인 소비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의료용역(5931억원), 2위가 화장품(3649억원)이다. 뷰티뿐만 아니다. 항공·면세점·외식·카지노 등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 증가 수요가 전방위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내수 시장 활성화에 따른 수혜주를 짚어본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K컬처 복합 쇼핑 공간에서 외국인 방문객이 고추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관광객도 ‘K뷰티 삼매경’
화장품·의료관광 수요 급증
최근 몇 년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최애 아이템은 화장품이다. 올 상반기에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총 판매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2892억원)보다 26% 증가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로드샵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몰린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10명 중 8명은 올리브영에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5월 약 721만명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 기간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구매한 외국인 고객 수는 약 596만명으로 80%를 넘는다.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로 올 2분기 첫 30%를 돌파했다.
미용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의료용역 업종에서도 나타난다. 올 상반기 의료용역 총 판매 금액은 전년 동기(3496억원) 대비 70% 증가했다. 의료용역이란 성형이나 피부 시술 등 의료관광 분야다. 특히 강남과 압구정·청담 지역에서는 2위 업종과 총 판매 금액이 2배 이상 차이 날 만큼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중동·서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이다.
외국인 쇼핑 대세 ‘프리미엄’
백화점·주얼리·건기식 매출 ‘쑥’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관광 트렌드는 바로 ‘프리미엄 쇼핑’이다. 올 상반기 백화점 업종 총 판매 금액은 전년 동기(2039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백화점이 기존 진열 방식을 포기하고 차별화된 전문관을 내세우는 등 글로벌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적중했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각종 팝업스토어를 여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식음료(F&B) 매장도 덩달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백화점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며 “특히 아시아권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계·주얼리 업종에서도 고가 제품 쇼핑 유행을 엿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시계·주얼리 업종 총 판매 금액은 4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억원)보다 52% 증가했다. K팝·K드라마 등 K컬처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아이돌 가수나 배우가 착용하는 시계와 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기능보조식품(건기식)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자랑한다. 올 상반기 건기식 업종 판매 금액은 약 9억원. 다른 업종과 비교해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성장폭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같은 기간(5억원)보다 2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
K패션 인기도 여전하다. 올 상반기 의류·잡화 업종 판매 금액은 전년 동기(1803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여기에 외국인 전용 판매장(119억원)은 51%, 안경(279억원)과 스포츠용품(178억원) 판매 금액 역시 각각 16%씩 커졌다.
증권가 “항공·카지노 주목”
K엔터·플랫폼, 장기 수혜 가능
증권가가 주목하는 수혜 업종은 따로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적과 직결되는 항공·카지노·식음료(F&B) 업종이다.
하나증권은 인바운드 관광객이 증가하면 항공사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방한 수요가 증가하며, 인바운드 여객을 고려한 노선 배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대형항공사(FSC)보다 저비용항공사(LCC) 수혜가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 눈길을 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CC는 단거리 여행 수요에 최적화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며 “대형 항공사보다 외국인 관광객 노출도가 높아 수혜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정반대 예측도 나온다. LCC보다 FSC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 증가는 항공 여객 수요 증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FSC 위주 수혜로 제한될 전망이다. 결국 항공사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과도 경쟁해야 하는 구도인데, 이때 좀 더 안정적인 노선과 고객 신뢰도를 보유한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한국 방문 수요가 증가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 대한항공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지노가 최대 수혜 업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방한 관광객 수의 증가는 국내 외국인 카지노 전반 방문객 확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일반 고객(매스) 수요와 함께 VIP 방문객 수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무기한 연장 법안까지 통과할 경우 카지노 업종 수혜가 확대될 것”이라며 “마카오 카지노의 게임매출총액(GGR) 회복에 따른 낙수 효과와 항공편 증대 등 산업 전반에 걸친 호재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F&B 업종도 긍정적이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관광객 수요 증가에 다양한 F&B 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K컬처 확산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광객 소비 패턴도 먹거리와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체험형 팝업 매장을 확대하고 공항 내 식음료 위탁운영(컨세션) 사업을 강화하면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업종 종목을 수혜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방한 외국인 증가로 K팝 아티스트 콘서트 수요와 개최 기회가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 플랫폼은 카카오가 유리하다. 알리페이 연동으로 중국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고덕 지도’ 서비스와 연결돼 있는 카카오T 택시 매출 개선이 가능하다.
단, 당장 주가 상승 압력은 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터테인먼트는 인프라 확충, 플랫폼은 결제 서비스 개선 등 각각 과제가 있다는 논리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측면에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K팝 인지도에 비해 대형 공연장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편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종 역시 오프라인 결제가 증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외국인 관광객 국내 여행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앱이 부족한 상황이다.” 윤창용 리서치센터장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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