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TF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이데일리 한광범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배임죄 개정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예고한 배임죄 완화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들의 과도한 형사처벌을 유발하는 법률 정비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이야기들 중에 한국에서 기업 경영 활동하다가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다면서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배임죄가 남용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시 한번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배임죄는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다. 경제계는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위축시킨다며 지속적으로 배임죄의 폐지나 완화를 강력 요구해 왔다. 형법상 배임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상 애매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판례상으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명확하게 기업인이 고의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칠 의도가 입증돼야 유죄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기소로,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다 최종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의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점을 근거로 ‘고의 손해’를 주장하며 재판에 넘기는 것이다.
李대통령도 ‘대장동 재개발’로 배임죄 기소
실제 다수 대기업 총수 등 상당수 기업인들이 ‘배임죄’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일단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부패사범’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정상적 경영활동에 타격을 입는다. 재판에 넘겨져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더라도 수년 동안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기업의 대외 이미지 등을 이유로 자리를 지키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자의적 기소로 인해 배임죄에 대한 공포심으로 기업들이 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계 주장이다. 경제계와 법조계에선 “검찰이 경영 실패나 무능을 배임죄를 통해 부패 범죄로 만들어버린다”고 비판해 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경제점검TF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의 대장동 재개발과 관련해 ‘개발업자들에게 고의로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이와 관련해 경기도지사 시절 “민영개발을 허가한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이 배임죄라는 말이냐. 황당무계하다”고 검찰의 배임죄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당대표 시절부터 배임죄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활성화를 위한 상법 등의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반대급부로 배임죄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업 경영에서 걱정되는 검찰 수사와 처벌의 문제, 특히 배임죄 문제는 집권·여당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 있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한 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野 “형법 배임죄 폐지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만 남기자”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배임죄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보다는 검찰의 자의적 기소를 막을 수 있도록, 대법원 판례 수준으로 법률에 ‘경영판단원칙’ 등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따른 민사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경영판단원칙’을 추가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엔 이 같은 내용의 형법·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은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과의 협의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배임죄 완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형법상 배임죄 완화가 검찰의 권한 약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추후 검찰 개혁 입법과 연계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형법상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법사위에서 “형법상 배임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죄다. 이 부분은 과거 법무부 차원에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만 두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며 “법무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잘 들어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배임죄 개정을 포함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 형벌에 대한 종합 검토를 하기 위한 기획재정부 1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