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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포기한 임영웅, 씁쓸한 K팝 팬덤 [엔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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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임영웅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임영웅 공식 유튜브 채널)


"정규 앨범인데, CD가 없다고?"

가요계에서 낯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음반 강자'의 일이라 더욱 낯선데요. 2022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이후 3년여 만에 공개하는 정규 2집, 그런데 실물 CD는 없다고 합니다. 음원이 담긴 USB도, QR 코드를 찍으면 음원이 재생되는 키트도 없다는데요. 대신 화보가 담긴 '앨범북'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K팝의 문법에 익숙해진 이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음반 성적'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결정이기 때문인데요. '앨범 없이 앨범을 낸다'는 이 파격적인 실험, 가수 임영웅의 이야깁니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사진제공=물고기뮤직)


CD 내려놓은 임영웅, 무엇을 택했나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다음 달 29일 발매되는 임영웅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 2(IM HERO 2)'는 피지컬 앨범 대신 화보가 담긴 패키지(앨범북)로 제작됩니다.

쉽게 말해 CD, 레코드판 등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물리적 매체 없이 앨범을 낸다는 건데요. 대신 임영웅의 사진과 앨범 크레딧, 임영웅이 직접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긴다고 하죠.

임영웅이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CD 앨범을 실질적으로 감상하기 어려운 최근 환경을 고려했고요. 팬들이 앨범 구매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 그리고 환경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임영웅의 앨범북은 임영웅 공식 머천다이즈(MD)몰인 '아임히어로 몰'에서 단독으로 예약 판매됩니다.

이 같은 설명까지 고려해보면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임영웅의 정규 2집은 국내 대표적인 음악 차트들에서 '음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예정이죠.

차트사마다 앨범 판매량 집계 기준은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대체로 '실물 기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써클차트, 한터글로벌의 한터차트는 국내 대표적인 음악 차트로서 한국 가요계와 관련된 각종 지표로 활용되곤 합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목하는 건 이들 차트가 내놓는 '앨범 판매량'. 두 차트는 데이터 집계 방식과 기준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일단 △피지컬 앨범이어야 하고 △공식 제작사·유통사를 거쳐 정식 유통망(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됐는지 등 여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CD 등 실물 매개체가 없고 임영웅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아임히어로 몰'에서 단독으로 판매되는 임영웅의 정규 2집은 이 두 차트의 앨범 판매 집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소속사 측도 "앨범북은 음반 판매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안내했습니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임영웅과의 오랜 논의와 깊은 고민 끝에 내려진 것으로, 아티스트의 진심 어린 뜻을 소속사도 깊이 공감하며 함께 뜻을 모았다"며 "앨범을 기념할 수 있는 형태는 달라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진심은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기대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치열한 초동 경쟁…앨범 판매량의 의미는


K팝 산업에서 '앨범 판매량'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아티스트의 인기와 경제적 영향력을 수치화한 대표적인 지표죠.


특히 '초동', 발매 후 일주일 동안의 앨범 판매량은 아티스트의 팬덤 규모와 결속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획사는 이 수치를 토대로 컴백부터 해외 투어, 그리고 다음 차기작 일정까지 전반적인 활동 계획을 세우고요. 광고주와 투자자 등 산업 전반은 이 숫자를 기준 삼아 아티스트의 시장성을 가늠합니다.

다수의 K팝 가수 앨범에 팬사인회 응모권부터 수십 종류의 포토카드(포카), 귀여운 MD가 포함되는 것도 이 수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에 힘입어 2023년엔 K팝 음반 판매량이 그야말로 새 역사를 썼습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톱 그룹들의 맹활약, 이를 뒷받침하는 엔터사들의 전략으로 음반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1억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겁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치열한 초동 경쟁과 이를 부추기는 포카, 팬사인회 등 요소는 상술로 비판받기도 하고요. 일부 팬들이 앨범을 대량 구매한 후 폐기하는 환경 오염 등 구조적 부작용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K팝 앨범 판매량 1억 장 시대를 열자마자 1년 만에 성장세도 꺾인 바 있는데요. 지난해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4% 감소한 9328만 장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엔터사들도 앨범의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로, 포카를 환경친화적 생분해 소재로 제작하는 등 친환경 전환에 힘쓸 뿐 아니라 팬들이 소장할 가치가 있는, 참신한 구성의 앨범을 선보이는 중입니다. 유명한 작가,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 하면서 더 많은 '덕후'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도 노력하죠. 최근엔 스마트 앨범 형태의 앨범도 대중화됐는데요. 그러나 피지컬 앨범을 제작하지 않고 판매량을 집계조차 하지 않는 임영웅의 행보는 단연 이례적입니다.

지난해 5월 25~26일 양일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임영웅 2024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이 개최됐다. 그라운드에는 관객이 입장하지 않았으며, 그라운드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은 4면을 두른 돌출무대를 설치했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지난해 5월 25~26일 양일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임영웅 2024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이 개최됐다. 그라운드에는 관객이 입장하지 않았으며, 그라운드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은 4면을 두른 돌출무대를 설치했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K팝 팬덤이 임영웅 행보 주목하는 이유


임영웅은 기존 음반 시장의 암묵적인 규칙에서 한발 비켜섰습니다. 그것도 정규 2집이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말이죠.

지난 정규 1집의 성적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더 놀랍습니다. 2022년 5월 발매된 임영웅의 정규 1집 '아임 히어로'는 첫날에만 94만 장 팔렸고, 초동은 110만여 장을 기록했습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보유한 '밀리언셀러' 기록을 솔로 가수로서 이뤄낸 건데요. 이는 여전히 남자 솔로 가수 기준 역대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오히려 K팝 팬덤 사이에서 임영웅의 이번 결정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죠.

사실 아이돌 중심의 K팝 팬들이 임영웅의 과감한 행보를 주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축구장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 좌석을 오픈하지 않고, 소음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연장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기존 산업의 문법을 답습하기보다는 '사람'을 우선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눈길을 끌어왔기 때문인데요. 팬들을 위한 세심한 편의 시설과 스태프들의 배려 가득한 응대 방식도 빛나며 화제가 된 바 있죠.

물론 모든 아티스트가 같은 길을 택할 순 없습니다. 다만 다수의 CD를 소장하지 않아도 음악은 전해지고, 공연장에서도 관객은 배려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은 현재의 K팝 산업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K팝 팬들이 임영웅의 이번 결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거냐"씁쓸한 웃음을 짓는 이유죠.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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