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야심작, 용인 서킷서 시원한 데뷔전 [서재근의 시승기 - BYD 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는 어디일까. 미국의 테슬라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정답은 중국의 BYD다.

BYD는 올해(1~5월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약 158만600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팔린 전기차 판매량(약 751만대)의 21.1%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5대 중 1대는 BYD인 셈이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BYD가 국내 첫 진출작인 ‘아토 3’에 이어 두 번째 모델인 스포츠 중형 세단 ‘씰’을 한국 시장에 내놓는다. 아토 3가 철저하게 가성비를 강조했다면, 씰의 출시는 디자인·성능 등 모든 면에서 진보된 볼륨 모델로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제대로 붙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BYD의 이런 자신감은 씰의 한국 데뷔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16일 BYD 코리아는 일반 공도가 아닌 경기 용인시 AMG 스피드웨이에서 ‘BYD 씰 트랙 데이’를 개최했다.

먼저 차량 디자인을 살펴보면, 첫 인상은 세련되면서 날렵해 보였다. PC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으로 본 것보다 실물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이 훨씬 더 크다.

낮은 전면부와 유선형 플라잉 라인, 기울어진 A필러와 패스트백, 더블 웨이스트 라인 등 곳곳에서 전형적인 쿠페형 세단임을 강조하는 요소가 눈에 띈다. 여기에 19인치 투톤 블레이드 휠, 팝업 도어 핸들 등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 디자인 요소도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차량의 공기저항계수를 0.219 수준까지 낮췄다고 한다.

날렵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다소 차분하다. 엔트리급 모델 아토 3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마감재나 어수선한 인테리어 구성은 찾아볼 수 없다.

천연 나파 가죽 소재의 시트, 물방울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탈 기어 레버, 은은한 앰비언트 조명 등은 마치 국산 준대형급 세단을 연상하게 할 만큼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10.25인치의 계기판과 12.8인치의 회전식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로 하여금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델을 타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공간 활용성은 만족스럽다. 2열의 경우 신장 180㎝인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주먹 2개가 들어갈 만큼의 넉넉한 무릎공간이 확보됐고, 머리 공간도 여유롭다. 아울러 400ℓ의 트렁크와 53ℓ의 프렁크(프론트 트렁크)도 제공된다.

동력 성능도 모자람이 없다. 씰의 제원상 수치를 보면 듀얼모터가 탑재된 씰 다이나믹 AWD(사륜구동) 모델은 최고 출력 530마력, 최대 토크 67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초에 불과하다.

실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초반부터 페달에 가한 압력과 정비례하게 2205㎏에 달하는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였다. 이날 약하게 내린 비에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였음에도 시속 120㎞ 이상 속도에서 코너 구간에 진입할 때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다만 급가속 시 비슷한 출력과 토크를 지닌 일부 경쟁사 모델과 같이 뒤통수가 운전석 헤드레스트에 ‘착’하고 달라붙는 만큼의 경쾌한 가속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자동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씰을 통해 한국 고객들에게 다가겠다’는 BYD 코리아 측의 포부에서도 알 수 있듯 씰은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 사상 처음으로 진출한 BYD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모델로 꼽힌다.

남은 과제는 두 가지다. 먼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색안경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BYD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일본과 더불어 ‘넘어야 할 산’에 해당한다.

다음은 가격으로, 씰의 가격은 4690만원이다. 같은 모델의 일본 현지 판매 가격 대비 1000만원 가량 싼 수준으로, 보조금이 더해지면 4000만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벽한 신차라고 보기엔 애매한 국내 출시시점과, 비슷한 가격대에 다른 선택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