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코리안 손기정’ 마라톤 영웅의 서명…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는 광복 전시

경향신문
원문보기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우승 직후인 1936년 8월15일 서명한 엽서에 ‘손긔졍’이라는 이름이 쓰여있다. 이 엽서는 지난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에서 처음 공개됐다.    허진도 소장·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우승 직후인 1936년 8월15일 서명한 엽서에 ‘손긔졍’이라는 이름이 쓰여있다. 이 엽서는 지난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에서 처음 공개됐다. 허진도 소장·국립중앙박물관 제공


‘marathon K. Son 손긔졍 KOREAN 1936 15.8’

빛바랜 엽서 위 ‘손긔졍’이라는 이름 위에 시선이 머문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는 외국 사람들에게 일본식 이름인 ‘기테이’(KITEI) 대신 ‘손긔졍’으로 한사코 사인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1983)에서 “수많은 축하객들을 만나는 동안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 조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느냐는 것이었다”며 “자주 말썽이 나면서도 ‘손긔졍’이라는 한글 사인과 곁들여 조선 지도를 그려주거나 ‘KOREA’라는 영문자로 국적을 표시해주었다”고 회고했다.

공교롭게도 9년 뒤 광복을 맞는 8월15일에 서명한 이 엽서는 개인 수집가 허진도씨가 1979년 경매를 통해 입수한 것이다. 지난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됐다.

올림픽 시상대 정상에 오른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삭제한 ‘일장기 말소 사건’은 당시 ‘민족 정체성’ 회복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전시에선 이렇듯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손기정 선생의 발자취를 조명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전시품 18건을 한 자리에 모았다.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에서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부상품으로 받은 ‘청동투구’와 더불어 ‘금메달’과 ‘월계관’, ‘우승상장’을 함께 전시한다.   연합뉴스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에서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부상품으로 받은 ‘청동투구’와 더불어 ‘금메달’과 ‘월계관’, ‘우승상장’을 함께 전시한다. 연합뉴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특별 부상품이었던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36년 베를린 올림픽 특별 부상품이었던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 월계관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 월계관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특별전이 열리는 상설전시관 2층에 있는 기증1실은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 ‘그리스 청동투구’를 단독 전시해온 공간이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를 위한 부상품이었던 투구를 50년 만에 돌려받은 그가 1994년 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코린트에서 제작된 서양 유물이 한국 박물관에 소장된 사연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청동투구’와 더불어 손기정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과 ‘월계관’, ‘우승상장’을 한 자리에 모았기 때문이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기념 특별전 이후 14년 만에 함께 전시된다.

이들 유물과 조우하면 영화 속 플래시백 장면처럼 89년 전 그 때로 돌아갈 것 같다. 전시에선 이러한 손기정 선수의 여정을 인공지능(AI) 기술로도 재현했다.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청년 손기정의 모습부터, 1947년과 1950년 ‘KOREA’의 이름으로 ‘족패천하’(足霸天下, 백범 김구 선생이 서윤복의 보스톤 마라톤 우승을 축하하며 써준 휘호)를 한 그의 제자들,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노년의 손기정의 모습까지 구성했다.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에선 <광복 80주년, 다시 찾은 얼굴들>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선 유관순, 안창호, 한용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이름조차 잊힌 투사들의 얼굴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보존해 온 ‘일제 주요 감시 대상 인물 카드’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카드는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의 신상 정보, 수감 상황, 수배 이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제작한 신상 정보 자료다. 체포 직후 촬영되었거나 수집된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1980년대 초 치안본부(현 경찰청)에서 6264매의 카드가 우연히 발견됐다.

유관순 열사 수형 기록 카드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유관순 열사 수형 기록 카드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19년 결성된 의열단의 창단 초기 단체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19년 결성된 의열단의 창단 초기 단체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인물 카드는 3·1 운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제작되어 중요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찰과 감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당시 3·1 운동으로 투옥된 이들 중 최고령은 69세(차제남), 최연소는 14세(김성재, 소은명)였다. 이름조차 낯선 이들의 얼굴이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일제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기록과 얼굴도 마주할 수 있다.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묵을 시작으로, 나석주 의사의 거사 준비 편지,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선서문 등 독립운동가들의 마지막 기록들이 소개된다.

이들 독립운동가들은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의 헌신은 오늘날 한국 번영의 기초가 됐다. 이번 전시에선 AI 기술로 복원한 안중근, 유관순, 이봉창, 윤봉길,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들이 해방된 조국을 꿈꾸며 지었을 환한 미소도 만날 수 있다.

<광복 80주년, 다시 찾은 얼굴들>에서 안중근 의사의 웃는 얼굴을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광복 80주년, 다시 찾은 얼굴들>에서 안중근 의사의 웃는 얼굴을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주호영 필리버스터 거부
    주호영 필리버스터 거부
  2. 2통일교 정치후원금 조사
    통일교 정치후원금 조사
  3. 3해수부 장관 부산
    해수부 장관 부산
  4. 4대구FC 장영복 단장
    대구FC 장영복 단장
  5. 5트럼프 황금함대 한화 협력
    트럼프 황금함대 한화 협력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