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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시장의 질주가 무섭다. 오세훈 시장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라는 정책 미숙이 야기한 서울 아파트의 강세 현상은, 지방 아파트값의 하락세와 비교되어 더욱 선명하다. 특히 이번 상승세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과거처럼 수도권 내 가격 흐름이 함께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서울만 독주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13주 연속 상승했으나 인천과 경기는 소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초강도 금융규제로 시장이 잠시 소강국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약효가 사라지면 2020년의 ‘패닉바잉’ 현상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 윤석열 정부에서도 서울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더 견고해져 하락이나 조정은 찰나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경제학에서 아파트 가격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핵심은 비슷한데 현재의 매매 가격이 임대료를 통해 측정되는 주택의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표준적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장기 균형 주택 가격은 미래 임대소득의 현재가치 합과 같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연구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가격 대비 임대료의 비율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세가격과 시장이자율에 연동된 전월세 전환율이 임대소득을 결정함으로 주택 가격은 결국 전세가격과 이자율이라는 두 변수에 영향을 받고 이들 변수 사이에는 장기 균형 관계가 있다.
물론 실제의 아파트 가격이 모델을 통해 추정된 균형 가격을 초과한다고 해서 그 가격 수준이 거품이라 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서더라도, 그 차이가 미래의 기대수익률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이는 흔히 모멘텀이라 부르는 상승 동력으로 간주된다. 그렇지 않고 가격이 장기 균형에서 벗어나 폭주하는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될 때 우리는 비로소 거품의 존재를 우려한다.
그렇다면 지난 40년간 실제 데이터를 통해 추정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대비 임대료 비율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현재 집값이 임대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일 때, 향후 3~4년간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높은 매매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임대료가 뒤따라 오르는 ‘따라잡기’ 효과라 볼 수 있다. 이는 매매가가 전세가를 끌어올린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에 아파트 가격의 움직임은 달랐다. 임대료 대비 높은 집값은 오히려 향후 3~4년 동안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불러왔다. 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집값이 펀더멘털(임대료)로 회귀하는 ‘조정’ 현상보다, 한번 붙은 오름세가 계속 이어지는 추세적 상승 동력 현상이 더 강하게 발현됨을 시사한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좀처럼 관측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주택가격이 임대료 대비 높다면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는 방식으로 불균형이 해소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불균형은 ‘가격 조정’이 아닌 ‘임대료 상승’과 ‘가격 모멘텀’으로 유지 또는 심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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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조짐은 있는 것일까? 몇몇 계량모델로 간단히 진단해 본 결과 아직 뚜렷한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복잡한 모델 대신 2020~21년 패닉바잉 시절과의 비교를 통해 이 문제를 보다 직관적으로 접근해보자. 당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품의 단서로 해석된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은, 30대가 매수세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점과 증여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0년 이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30대의 비중은 28%였다. 40대 역시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0%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이어지고, 가격이 급등하자 30대의 비중은 35%까지 치솟아 40대(27%)를 압도했다. 2022년 들어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30대 비중은 다시 28%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떠했을까? 30대의 구매 비중은 33%로 다시 상승했지만, 같은 시기 40대도 32%까지 동반 상승했다. 과거처럼 30대에만 집중됐던 ‘영끌 현상’은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증여 거래는 어떨까? 문재인 정부에서 관측된 증여 거래의 급증 현상은 당시의 조세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에 나타난 서울 아파트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지목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 중과 정책을 추진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포함한 보유세와 거래세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인 증세가 예고되었고, 그 일부는 실제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조세정책은 집값을 누르는데 역부족이었다.
그 실패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시장 참여자들이 집값의 지속적 상승을 확신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금 부담으로 직접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어렵더라도 가격 상승이 너무 분명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그 예상되는 시세차익을 가족 내에서라도 유보하려는 움직임 나타난 것이다. 실제 2020년부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한 비중은 14%에 달했다. 재건축 기대가 큰 강남구의 경우, 이 수치는 18%까지 올랐다. 심지어 전방위 압박으로 매매거래가 실종된 어느 달에는 증여거래만이 남아 그 수치가 70%에 다다른 적도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부동산세 부담이 완화되기 시작한 윤석열 정부 들어 진정되었다. 서울 전체는 8% 수준으로 감소했고, 강남구 또한 12%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행히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파른 가격 상승기에서는 과거와 같은 증여 과열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거래량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무엇이 서울 아파트 1극 시장을 완성시켰나. 이러한 현상에 대한 그럴 듯한 설명 중 하나는 이것이 결국 금융의 문제, 특히 전세제도와 관련된 금융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를 짚어보자. 먼저 전세금은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로 작용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냈다. 전세금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가 그 좋은 사례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우리나라의 전세보증금 규모는 약 783조 원으로, 주택담보대출 총액(843조 원)의 93%에 달했다. 문제는 LTV, DSR, DTI와 같은 금융규제 어느 것도 전세금을 부채로 간주하고 규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전세금은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마르지 않는 유동성의 원천이다.
또 하나의 축은 국가가 운영하는 전세보증제도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이 제도는 정권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출연한 개인 전세자금대출금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약 8조 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 기준 약 183조 원에 이르며 2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 규모와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약 56조 원에서 183조 원으로, 단기간에 13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전세대출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활용되기 시작되면서,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데 있다. 전세보증의 확대는 전세가격의 하방경직성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매매가격의 하한선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른바 ‘패배를 모르는 불장’으로 변모했다. 결국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이, 역설적으로 주거 불안정의 원인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주거 정책이 재정 부담이 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도 가능한 전세보증 확대에 의존해온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 결과 서울시 아파트 시장은 완치는 불가능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관리하는 것만이 해결책인 만성 환자처럼 되어 버렸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오랜 원칙은 정책금융만으로도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겨온 공공주택정책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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