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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대강 보, 홍수조절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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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는 물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리시설의 역할과 그 효과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대전 등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지역의 사례를 과거 대규모 하천 정비사업의 성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일 정책이나 구조물만으로 재난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재난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복합적 현상이므로, 개별 사례를 정책 성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번 호우 기간 대전의 누적 강수량은 268.1㎜로, 시간당 최대 47㎜를 기록했다. 이는 상당한 강우량이지만, 같은 기간 경남 산청(794.0㎜), 충남 서산(578.3㎜)처럼 500~800㎜대 폭우가 집중된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강우 강도가 낮았다. 이처럼 지역별 강수 특성의 차이가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친 주된 요인으로 보이며, 보의 존재 여부만으로 피해 정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홍수기 수리시설의 실제 운영 방식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물흐름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보는 홍수기에 수문을 전면 개방해 유량을 하류로 그대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에도 금강 등지의 구조물을 포함한 16개 보 가운데 11개는 완전 개방 상태였으며, 나머지도 수위 기준에 따라 부분적으로 조절됐다. 이는 해당 구조물들이 저류 기능을 갖춘 댐과는 다르며, 수위 조절이나 유입량 통제에는 제한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 확인된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이후 일부 구간에서 계획홍수위가 낮아지는 등 치수 여건이 개선된 측면은 있으나, 보 자체는 홍수 시 수위를 높여서 홍수 대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수위 저하는 주로 준설 등 하도 정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물관리가 단일 시설 중심이 아니라 유역 단위의 통합적, 지속적 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재자연화’가 물관리의 새로운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필자는 재자연화를 단순한 과거 회귀나 구조물 해체 중심의 접근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자연화는 특정 시설의 존치 여부를 넘어서, 물관리 시스템이 갖춰야 할 기능과 운영 방식에 대한 총체적 재구상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물관리는 홍수와 가뭄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고도의 균형 조절 영역이다. 물을 얼마나 신속하게 배제할 것인가(치수),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장해 가뭄에 대비할 것인가(이수)라는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정밀한 설계와 유역 단위의 조율은 필수적이다. 단기적 재해 대응을 넘어, 기후 적응형 수문 순환 관리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물은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제도와 권한에 따라 흐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 말은 그간 우리의 물관리 정책이 얼마나 정치적 부침에 흔들려 왔는지를 방증한다. 이제는 과거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미 구축된 수리 기반 시설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것인지,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수문학적 위험 시나리오를 어떻게 반영해 시스템을 유연하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물관리를 정치적 논쟁의 장에서 과학과 기술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며, 현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일 것이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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