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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보톡스도 돼요”…소비쿠폰으로 ‘대목’잡은 병원

이데일리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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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0억' 기준…미용 시술에도 지원금 적용 가능
위고비 처방부터 약국 결제까지…지원금 차감 후 사용
SNS 홍보·후기 확산…시술 이벤트까지 ‘지원금 마케팅’
취지 훼손 우려 속 “결국 사용처는 소비자 선택” 의견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염정인 수습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위고비(비만 치료제) 처방이 되나요?”

기자가 서울 마포구의 한 여성의원에 유선으로 문의하자 직원이 잠시 확인한 뒤 답했다. “네, 대면으로 처방받으셔야 하는데 소비쿠폰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병원은 위고비 처방전을 2만원에 발급해주고 실제 약은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같은 질문을 인근 약국에 던졌다. 약사는 “카드사로 소비쿠폰을 신청했을 경우 (본인이 받은)15만원이 먼저 차감되고 결제된다”고 답했다. 위고비는 0.25mg 기준 1펜 40만원가량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29일 서울 마포구 한 성형외과 입간판 및 출입구. 병원 출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29일 서울 마포구 한 성형외과 입간판 및 출입구. 병원 출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지난주부터 지급이 시작된 소비쿠폰은 닷새 만에 전체 국민의 70% 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병·의원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미용 시술을 제공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업종까지 특수를 누리면서다.

29일 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피부과·여성의원·약국에 유선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목적을 가리지 않고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결제 방식은 카드로 받았을 경우 소비쿠폰 금액을 먼저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을 추가로 결제하는 형태였다.


이 같은 구조는 소비쿠폰 사용 기준이 병원 성격·치료 목적 여부가 아닌 ‘연 매출 30억원 이하 규모’로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 병원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하지만, 영세 병·의원에선 치료 목적과 상관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결국 급여·비급여 항목과 관계없이 연매출액 30억원 이하의 피부과·성형외과 등에서 시술·수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29일 서울 마포구 한 성형외과 출입구. 병원 출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29일 서울 마포구 한 성형외과 출입구. 병원 출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문의 결과 보톡스·콜라겐 주사 등 ‘사용 가능’…온라인 홍보도

이데일리가 직접 서울 마포·용산 일대 5곳 병원에 유선으로 소비쿠폰을 활용한 시술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대부분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포구의 한 피부과는 턱 보톡스를 민생회복지원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여드름 관리, 보톡스를 포함한 미용 시술 전반에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소비쿠폰을 신청한 카드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소비쿠폰으로) 결제될 것”이라고 답했다.

마포구의 한 피부과에 승모근 보톡스 시술을 문의하자 직원은 “확인해봤는데 가능하다”며 가격을 안내했다. 또 다른 마포구 소재 피부과는 볼패임 시술 문의에 “콜라겐 주사가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술 가격 안내와 함께 “소비쿠폰으로 결제 가능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위고비 처방이나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위고비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민생쿠폰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았다’는 후기가 이어졌고, 앱을 통해 최저가 병원을 찾는 팁까지 담긴 글이 활발하게 공유됐다.


일부 병원은 아예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라는 홍보 문구·이미지를 게시하며 각종 시술 이벤트까지 함께 안내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시내 한 피부과에서 운영하는 포털 블로그 글에는 “지난주부터 지원금 관련 문의가 많다”는 문구와 함께 각종 시술 할인 행사에 대한 설명이 언급돼 있었다.

29일 서울 마포구 한 피부과 출입문. 출입문에는 ‘민생회복지원금 사용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염정인 수습기자)

29일 서울 마포구 한 피부과 출입문. 출입문에는 ‘민생회복지원금 사용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염정인 수습기자)


“취지 맞지 않아” vs “소비하는 시민의 선택”

지난 21일부터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사용이 시작되며 매출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신청이 시작된 지 일주일인 27일 기준 소비쿠폰 지급 대상자의 78.4%인 3967만명이 신청해 7조 1200억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용 등 분야에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데 대해 여론은 갈린다. 영세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본래 취지가 흐려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 직장인 조모(33)씨는 “지원금을 자기 관리에 쓰는 것도 이해되지만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동네 식당·마트에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권모(31)씨는 “미용 시술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도 “사용처 제한이 없다면 결국 본인이 원하는 곳에 사용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A약사는 “위고비를 포함한 다이어트약도 결국 국내 제약사가 수입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 진작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지원금 사용처는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또 다른 B약사 역시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쿠폰을 쓰는 것이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 소비 가치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미용 목적 소비도 이해되지만 본래 취지인 소상공인 살리기에 집중하는 현명한 소비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용처·품목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사행성·불법 품목은 이미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한됐지만 합법적인 미용·의약품에 규제 명분은 약하다”며 “사회 규범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품목 제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 (자료=행정안전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 (자료=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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