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 한겨레 자료사진 |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2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첫 통화에서 한중관계에 대한 ‘제3국 간섭 배제’를 강조했다.
조현 장관의 취임 뒤 한중 외교장관의 이날 첫 통화에서 양국 장관은 한국 새 정부 출범 뒤 한중관계에 대한 기대와 오는 10월31일~11월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고위급 교류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문을 보면 왕이 부장은 한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뼈 있는 말’을 하면서, 한중관계가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왕 부장은 “양국이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가 돼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한국의 대중국 정책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예측가능해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서 “양국이 독립자주를 고수해야 한다”며 “중한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며, 제3자의 제약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3자의 제약’은 미국의 영향력 또는 ‘간섭’을 의미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한중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됐고 생산과 공급망이 높은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다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수혜자로서 ‘디커플링'(탈동조화)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요구하는 데 한중이 공동으로 맞서자고 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있지만, 한편에서 한국이 한미 관세협상을 비롯해 한미동맹 이슈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끌려가는 것을 중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통화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이번 왕 부장의 언급은 조현 장관이 29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곧바로 미국을 방문해 31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일정을 앞두고 나왔다. 조 장관은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의 ‘한중관계 제3국 배제’ 언급은 한국이 8월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일을 앞두고 미국과 관세협상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한미동맹 현대화’에서 미국의 요구와 압박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한 강한 견제구인 셈이다.
미중 경쟁으로 인한 한국 외교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관세협상에 이어 안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때 외교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무부와 국방부 채널을 통해 한국에 ‘동맹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주한미군의 주 임무를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 문제 등에서 한미동맹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고, 한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라는 것이 ‘동맹 현대화’에 담긴 미국의 요구다. 특히, 오는 8~9월 미국이 새 국방전략(NDS)과 ‘해외 미군 배치 검토’(GPR)를 내놓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한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역할 요구 등이 구체화되면 중국의 견제도 훨씬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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