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스토킹하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가 16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뉴스1 |
경기 의정부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50대 여성이 스토킹범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여성은 경찰에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었지만 미처 누르지 못했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40대 스토킹범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당시 스토킹범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고, 여성 집 앞에 가해자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보안 카메라까지 설치했지만 가해자가 아파트 외벽 가스관을 타고 침입해 소용이 없었다. 현재의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의정부 여성 피해자는 경찰에 세 차례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다. 경찰은 접근 금지 명령, 통화 금지 등의 긴급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경찰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조치만 한 것이다. 이후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결국 범인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걸 알 수 없었고, 사건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차지 않고 있어 누르지도 못했다. 지난달 대구 스토킹 살인 사건 때도 비슷했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지 않았고, 사건 당시 피해자는 지급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설령 차고 있었더라도 위급 상황에선 누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지난해 3만1947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이 직권으로 접근 금지 명령 등을 내리고는 있지만 이런 조치들은 사실상 가해자의 자발적 협조에 기대고 있는 수준이다. 이것만으론 집요한 스토킹 범죄를 막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가해자 동선을 사전에 감시하고, 필요시 가해자 신병을 확보해 범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이나 가해자 구속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가해자가 전자발찌를 차도 원격 위주인 경찰의 신변 보호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피해자의 스마트워치나 휴대전화를 통해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전자발찌도 경보를 울리게 해 접근할 엄두를 내기 어렵게 해야 한다. 우리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법원도 구속영장 심사에서 스토킹 범죄가 재발 및 보복 위험이 높다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2022년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신당역 사건’도 범인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석방된 뒤 벌어졌다. 지난달 대구 스토킹 살해 사건도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벌어졌다. 스토킹 범죄는 정말 심각해지고 있다. 판사들이 이 상황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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