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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가리봉동 순찰 중 한 이동통신 매장으로 들어서는 모습. /'워크맨' 유튜브 |
‘불법 여권 개통’이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적힌 서울 가리봉동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경찰들이 들어서자 내부 손님들이 도망치듯 우르르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런 장면이 포착된 건 지난 24일 공개된 ‘워크맨’ 유튜브 채널에서다. 워크맨은 유명인이 일일 직업 체험을 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이 회차에선 걸그룹 ‘빌리’의 일본 출신 멤버 츠키가 가리봉 파출소 경찰들과 함께 신입 경찰 체험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가리봉 파출소 경찰들은 츠키를 데리고 순찰을 돌던 중 간판과 배너가 온통 중국어로 도배된 한 이동통신 매장에 방문했다.
단순히 순찰을 돌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차원에서 들른 것이었지만, 내부 손님들은 경찰을 보자마자 돌연 벌떡 일어나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다. 영상에선 나가는 손님들이 도망치는 것으로 묘사됐다. 나가는 손님들 모습 밑으로 ‘놀람’ ‘도망’ 등의 자막이, 이동통신 매장 주인 모습 밑에는 ‘내 손님 내놔’ 등의 자막이 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경찰이 우호적인 태도로 들어가는데도 놀란 듯 우수수 빠져나가는 게 수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찰이 방문한 이동통신 매장 외관 맨 왼쪽에 중국어로 적힌 노란색 배너 문구가 문제가 됐다. 非法护照开卡라는 문구였는데, 직역하면 ‘불법 여권 개통’이라는 의미다.
이 문구는 불법적인 여권을 이용한 개통을 홍보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네티즌들은 “그래서 손님들이 다 도망간 건가 보다” “어쩐지 손님들이 다 도망가길래 의아했는데 이유를 알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불법적인 걸 버젓이 간판에 적어 놓다니” “대놓고 불법적인 내용을 간판에 적어 놓는 건 공권력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거냐” 등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으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다. 현행법 제30조(이용자 보호)와 제90조(벌칙)에서는 타인 명의 이용을 유도하거나 개통을 중개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여권은 국가가 발급하는 공문서로, 위조된 여권을 사용·소지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만약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입국까지 했다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손님이 줄었다며 가리봉동 상인들이 경찰에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도 담겼다. 상인들은 츠키가 순찰 중 인사를 건네며 “뭐 하고 계시냐”고 묻자, 퉁명스러운 말투로 “우리 아냐”라고 답하더니 “하루 종일 있어 봐라. 가리봉 시장에 100명도 안 다닌다” “경찰들이 다 잡아 가서 중국 사람 하나도 없다” “가게가 전부 빈 가게만 있다” “나라 망했다” 등 언성을 높이며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경찰과 츠키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 경찰은 이런 상인들의 반응에 대해 “여기를 주로 중국인이 많이 이용하는데, 최근 불법 체류자 체포를 진행했더니 주 고객층이 사라져 저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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