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트리마제 아파트, 부실시공 이어 '소나무 불법 식재' 논란 확산

재하도급 업체, 조경 공사에 반출증 없는 소나무 식재
선급금 유용 의혹에 B도시개발 회장 "법인간 정상 거래"

반출증 없이 무단으로 가져와 식재된 소나무 계약서. /김동언 기자

[더팩트ㅣ순천=김동언 기자] 전남 순천 왕지동에 위치한 트리마제 아파트가 조경 공사를 하면서 재하도급과 부실시공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불법으로 채취된 소나무를 식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순천 트리마제 아파트는 두산에너빌티가 시공사인데, 조경 공사의 경우 1차 하도급 'A조경'→2차 하도급 'B도시개발'→3차 하도급 'C조경'으로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애초 발주 금액은 197억 원이었지만 마지막 3차 하도급인 C조경은 처음 계약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9억 4400만 원(약 46%)에 시공하게 됐다.

A조경의 소개로 아파트 조경 공사를 맡은 C조경은 전남 영광군에서 90주, 고창에서 26주의 소나무를 가져와 식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영광군에서 가져온 소나무가 반출증 없이 무단으로 가져와 식재됐다는 점이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과 지역 조경업계 따르면 식재된 소나무가 말썽의 소지가 있자 A조경의 지시로 C조경은 소나무 일부를 다시 파내 전북도 고창군의 한 장소로 옮겨 심고 마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꾸며 사진을 찍고 반출증을 받아 10여 일이 지나 다시 심었다.

이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다. 해당 법을 위반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A조경 측이 아파트 조경 공사 과정에서 재하도를 받은 C조경에게 법 위반 행위를 떠넘기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 A조경 대표가 시행사인 B도시개발 회장의 처남인 점을 들고 있다.

업계 제보자에 따르면 A조경이 C조경에 압력을 행사해 B도시개발에 보증을 하도록 했으며 이에 따라 공사보증서가 발급된 B도시개발이 2차 하도급을 받게 했다.

보증서를 발급받은 B도시개발이 2차 하도급 업체로 등록해 A조경으로부터 123억 원으로 조경 공사를 수주했고, B도시개발은 다시 C조경과 약 99억 원(33억 차액)에 재하도 계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C조경 측 관계자는 "시공사의 1차 하도급 업체인 A조경이 불법 소나무를 소개하고 3차에 걸쳐 재하도를 받은 C조경에게 작업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경 공사 과정에서는 B도시개발은 거의 배제됐으며 A조경의 지시로 C조경이 시공을 도맡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 조경업계 한 관계자는 "B도시개발 회장이 처남 명의로 A조경을 운영하면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선급금을 수령한 후 이를 실질적으로 시공하는 회사에 지급하지 않고 2차 사업 부지 매입비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B도시개발 회장은 "정상적으로 법인간 거래로 자금을 빌려쓰고 이자까지 합쳐 갚았다"고 말했다.

또한 비자금 조성 소문과 관련해 B도시개발 회장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이는 철저 밝혀 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순천 트리마제 아파트는 총 2019세대 대단지의 아파트이며, 선택 품목을 포함한 분양가가 최저 4억 2300만 원, 최고 5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아파트다. 해당 아파트는 동부도시개발이 택지 조성을 위탁 운영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했다.

kde32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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