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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광복 80년! 한반도 평화의 빛을 되찾겠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연합뉴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앞으로는 통일부에 신고만 하면 북한 주민을 자유롭게 무제한 접촉할 수 있도록 민간의 대북 접촉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40분 남짓 진행한 취임 뒤 첫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통일부가 민간의 대북접촉을 교류협력법의 신고제 취지에 맞지 않게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온 관행을 없애라고 오늘 지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 9조에서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고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교류협력법 ‘9조-2-③’에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는데, 그간 통일부는 이 단서를 근거로 사실상 허가권을 행사해왔다고 민간의 비판을 받아왔다. 정 장관은 “법률의 단서 조항도 바꾸겠다”고 밝혔고, 통일부 당국자는 “교류협력법의 단서 조항 삭제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오늘 이재명 대통령한테서 임명장을 받고 잠깐 환담을 하며 남북문제 및 통일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일부에 설치·운영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남남갈등 최소화와 여야 소통이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에 큰 힘이 된다”며 “가칭 ‘국민주권 대북정책 추진단’의 구성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민주권 대북정책 추진단’을 장관 직속 기구로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정권마다 다른 (대북정책의) 갈지자걸음이 오늘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초래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어느 정권이든 기본은 합의하자”며 “‘5대 합의서’의 재비준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정부 안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이 언급한 ‘5대 합의서’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10·4정상선언(2007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선언’(이상 2018년)이다.
정 장관은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대결 노선 폐기’와 평화 공존 방안 마련을 오늘 통일부에 주문했다”며 “정책 대전환과 통일부 조직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 주문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조직 정상화’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서 축소한 정원(-81명)의 원상회복, 사실상 조직이 없어진 남북회담본부와 교류협력국의 복원 등을 예시로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이 폐기해야 할 ‘적대적 대결 노선’의 사례를 열거하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한국과 마주 앉을 일없다”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과거의 거친 담화에 비해 순화된 표현을 담고 있다”며 “아직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어 “북이 이제 새 정부의 행동을 보게 될 텐데 아마도 8월 한미연합연습이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을 건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차관급)에서 그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단’은 아니더라도 훈련 규모 축소와 내용 완화 등의 ‘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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