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美 통상 압박에 멈춰선 온플법… 입법 동력 꺾인 채 ‘속도조절’ 기류

조선비즈 세종=김민정 기자
원문보기
구글과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스마트폰 앱. /트위터 캡처

구글과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스마트폰 앱. /트위터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으로 제시했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통상 격랑에 휘말리며 좌초 위기에 놓였다. 미 측은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서도 온플법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법안이 외교 현실 앞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28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온플법 관련 설명 자료를 마련 중이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현지시각) 공정위에 직접 서한을 보내, “온플법이 자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면서 입법 진행 상황과 미국 기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다음 달 7일까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정위는 “내용과 방식을 검토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부터 온플법 입법을 추진해 왔다. 미국 측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온플법 관련 독점규제 법안들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낸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각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규제 대상은 국내외 기업 모두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구글·애플·아마존 등 미국계 플랫폼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온플법을 ‘공정화법’(배달앱 등 입점형 플랫폼의 거래조건 규제)과 ‘독점규제법’(지배력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규제)으로 나눠, 미국과 직접 관련이 적은 공정화법부터 우선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분리 추진마저도 자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 시도로 보고 있다. 미 하원은 한국의 법안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며, 중국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채 미국 기업만 과도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공정위는 ‘특정 국가를 차별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한미 고위급 통상회의에서도 같은 쟁점이 이어지며 정부 내 기류는 위축된 상태다. 특히 공정위가 최근 온플법 관련 대외 발언을 삼가고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밝힌 데에는 통상 마찰을 의식한 분위기 조절이 배경으로 해석된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8월 1일까지는 논의를 미루자”는 제안이 여당 의원 입에서 나왔고, 결국 법안 처리는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시민사회단체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통상 압박 규탄 및 플랫폼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통상 압박 규탄 및 플랫폼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의식해 법 제정이 계속 늦춰질 경우 한국만 규제 공백에 빠지는 ‘역차별’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EU는 이미 DMA 시행에 들어갔고, 일본도 대규모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거래 조건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한 특정디지털플랫폼법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국 플랫폼과 경쟁하면서도 불공정 계약 구조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개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가맹점주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은 이날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시장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도 제재받지 않도록 불법 면허를 요구하는 셈”이라면서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로 국민은 막대한 수수료 부담과 알고리즘 조작, 문어발식 시장 확장 등의 불공정 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를 법안에서 예외로 두는 것은 법의 형평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측 우려는 시장 지배력이 큰 구글 등 자국 기업이 포함되는 반면, 중국 기업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온플법은 특정 국가나 기업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법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조현범 회장 징역
    조현범 회장 징역
  2. 2박미선 공구 논란
    박미선 공구 논란
  3. 3에일리 최시훈 루머 해명
    에일리 최시훈 루머 해명
  4. 4철도노조 총파업
    철도노조 총파업
  5. 5김장훈 미르 아내 공개
    김장훈 미르 아내 공개

조선비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