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펄프. 닉 뱅크스(왼쪽부터), 마크 웨버, 자비스 코커, 칸디다 도일. 강앤뮤직 제공 |
‘브릿팝 전설의 첫 내한 공연.’
오늘 8월2일, 인천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5’ 무대에 브릿팝의 상징이자 영국 인디록의 미학을 완성한 밴드, 펄프가 선다. 1978년 결성해 올해로 46주년을 맞은 펄프는 그동안 단 한 번도 한국 무대에 오른 적이 없었기에 이번 내한 공연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8일 한겨레와 서면으로 만난 펄프의 기타리스트 마크 웨버는 “정말 오래 기다려온 기회다. 한국에서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무척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펄프는 단순한 록밴드가 아니다. 이들은 ‘커먼 피플’, ‘디스코 2000’ 같은 곡을 통해 1990년대 중반 영국 노동자 계층 청년들의 감정, 도시의 회색빛 일상과 낯선 열망을 정직하면서도 세련되게 포착하며 세계적 스타 밴드로 떠올랐다. 브릿팝이라는 이름 아래 오아시스, 블러 같은 밴드들이 대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펄프는 보다 비평적이고 서사적인 음악으로 대중문화의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자비스 코커의 도발적인 가사, 웨버의 실험적 기타 사운드, 칸디다 도일의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음악은 팝의 틀 안에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록의 시대가 끝났다고들 말하지만 음악은 순환합니다. (오아시스 등) 밴드가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는 건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예요.” 웨버는 록의 현재를 이렇게 진단했다.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던 밴드가 2023년 재결성 투어를 계기로 지난 6월 새 앨범 ‘모어’를 발표한 것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24년 만의 신보는 과거의 영광을 복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자신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담았다.
“다시 모였을 때도 ‘예전처럼 해보자’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웨버는 오히려 이번 앨범이 더 내성적이고 성숙해졌다는 평가에 대해 “우리가 인생의 다른 지점에 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앨범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곡은 ‘슬로 잼’이다. “처음 펄프의 음악을 접하는 분들에게도 지금 우리가 어떤 감정으로 음악을 나누고 있는지를 전할 수 있는 곡입니다. 이번 공연에도 꼭 들려 드리고 싶어요.” 창작의 동력을 묻자 그는 “새로운 악기나 장비가 창작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때의 그 시기를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 홍콩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라 어떤 무대가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다만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의 팬으로서 늘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느껴왔고, 백남준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5’ 타임테이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제공 |
1990년대 록을 대표하는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에 대해서는 “그 앨범이 제가 처음 정식으로 녹음에 참여한 작품이었고, 전설적인 프로듀서 크리스 토머스와의 작업은 지금도 특별한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1998년 앨범 ‘디스 이즈 하드코어’의 첫 곡 ‘더 피어’를 꼽으며 “지금도 그 사운드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펄프는 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태도를 지켜왔다. 다시 뭉친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른 밴드가 뭘 하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끼리 소리를 만들어가다 보면 그게 자연스럽게 펄프의 음악이 되죠.” 그는 “음악 외적으로도 실험영화나 비주류 문화에 애정을 지녀왔다”며 “그런 감성이 자연스럽게 펄프의 음악에도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펄프는 다른 뮤지션과 협업을 자주 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웨버는 “펜타포트에서 여러 한국 뮤지션을 만나고 나면, 뭔가 흥미로운 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라며 한국 음악인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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