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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비대면 진료, 필요한 환자는 못 쓰는 기형적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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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비대면 진료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도서·벽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고령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조차 사용할 수 없는 도서 지역에서 화상 기반의 비대면 진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비대면 진료는 비만이나 탈모 등의 치료를 위한 편의적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본래 취지와 달리 의료 공백을 메워야 할 지역에서는 사실상 쓸 수 없는 제도가 됐다는 것.

라포르시안은 최근 함정식 인천시내과의사회장을 만나 인천의 지역적 특징에 기반한 의료 특성과, 비대면 진료 및 만성질환관리제도의 문제를 짚고, 해법을 들어봤다.

함정식 회장은 인천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의료적 한계를 지적했다. 함 회장은 "지방에서 보면 인천은 수도권이고, 서울에서 보면 지방이다. 인천에 공공의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같은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인천에는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가천대 길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주장은, 인천을 지나치게 지방화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천 지역 병원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함 회장은 "서울이 너무 가깝다 보니 인천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병임에도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차로 30~40분이면 닿는 거리라서 서울행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이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공공의대를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보다는 편의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함 회장은 지적했다.

함 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격오지나 실제로 원격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보다는 의료 이용 편의성 위주로 비대면 진료가 운영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인천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원격 진료의 필요성과 이용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인데, 현재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청도에서 발생한 뇌출혈 환자 이송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올해 3월 소청도에서 뇌혈관 질환 환자가 발생했는데, 현장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만 있어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백령도에 있는 인천시의료원 백령병원으로 먼저 이동했고, 거기서 상태를 파악해 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했지만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 증상 발생에서 이송까지 8시간 정도 걸걸다"며 "만약 소청도에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나 시스템만 있었더라도 판단을 더 빨리 내리고 이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실제 수요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이나 앱, 화상 시스템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고 진료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이런 디지털 기반이 오히려 도서·격오지의 고령 환자들에게는 접근 장벽이 된다는 주장이다.


함 회장은 "도서 지역 어르신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다룰 줄 몰라 진료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현재는 오히려 전화 진료만이라도 허용해 달라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를 하더라도 결국 옆에 도와줄 가족이나 돌봄 및 간호 인력이 있어야 가능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화상 시스템이 핵심이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환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현장 연결망이 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의사가 판단할 수 있어야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가 전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함 회장은 "플랫폼 기업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이후 누적 앱 가입자 또는 신청자는 약 680만 명이고, 실제 누적 진료 건수는 140만 건 정도로 생각보다 적은 수치다. 결국 일부 이용자에게만 집중된 시스템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는 약 1,500명 규모이며, 전체 진료 중 비대면 진료는 1% 미만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정확한 수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심평원이 비대면 진료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회장은 "진료 건수, 질환 항목, 연령대 등은 개인정보가 아니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피드백이 가능하고, 제도 개선의 방향도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의료 접근성과 자원 공백 해소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비급여 중심으로 비만, 탈모 같은 분야만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며 "의료의 질 향상이나 격차 해소는 뒤로 밀리고, 편의성 소비에 편중된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 역시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의사를 예로 들면, 법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가장 민감하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해당 의사는 환자에게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6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6개월이 지나서 내원하면 대면 진료도 하고 필요한 검사도 진행해야 의료의 질도 유지되고 환자 상태에 대한 파악을 통해 법적으로 책임질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그 의사는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진 환자는 아예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같은 이유로 책임 소재가 상대적으로 덜 한 비만과 탈모 쪽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은 물론 환자들의 불만도 많다는 것.

함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도가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환자 본인부담금이 생겼고, 환자들도 불만이 많다. 의사들도 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본인부담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민감한 문제고, 교육 포인트를 활용하려면 새마을금고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등의 불편함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행정적 절차와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과거에는 환자에게 당뇨·고혈압 교육, 합병증 설명, 소모품 안내까지 다 해왔지만 합당한 수가를 받지 못했고, 이제는 오히려 행정 부담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만든 제도라면 정부가 먼저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만성질환관리, 방문 진료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설득하며 합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 정부가 책임지고 참여해야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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