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조현 외교부 장관, 美루비오와 '관세·안보' 현안 논의…트럼프 2기의 주한미군 역할 확대 등 논의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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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2일(현지시간) 이란과 중국, 러시아 해군 함정들이 오만 만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정보국(ONI)이 2023년 7월 유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안팎인 데 비해 중국은 2325만GT 수준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자료에서도 현재 미 해군 함정 숫자는 291척에 불과하지만 중국 해군 함정 숫자는 공개된 자료로만 약 200~300척으로 추정된다. / AFP=뉴스1 |
다음달 1일로 예고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관세 부과일을 앞두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 협상을 후방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2+2(재무·통상) 협의와는 별개로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관세뿐 아니라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 안보 현안을 꺼내 정부의 '올코트 프레싱'(전방위 대미 협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오는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외교·안보 현안 전반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장관은 관세 협상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외교 현안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양국 간 통상·안보 '패키지 딜'(일괄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안보보좌관을 겸임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어 그 영향력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국인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미국에 제안한 5500억 달러(약 760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현대차,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액 등을 더하면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추정치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집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또 한국 조선 분야 기업의 역량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는 현재 경제·안보 등 전 분야에서 최대 위협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따른 '데드 크로스'(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 우려가 제기되자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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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 사진=뉴스1 |
또 최근 제기되는 '동맹 현대화' 어젠다도 한미 외교장관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맹 현대화는 대북 억제력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 사안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중국 견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5일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70년 이상 유지되고 발전시켜 온 동맹은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며 "한반도에서 미국과 한국 군대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미국 측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인상하라는 요구 등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 중 국방비가 매우 높다는 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오고 있는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높은 국방비 투자, 한반도 재래식 군사력 균형, 북한 위협의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나토식의 국방비 지출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나토가 했던 것처럼 순수 국방비 외에 방위 산업 육성, 국가 연구개발(R&D), 보훈 예산 등을 묶어 범안보 비용 투자로 인정받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동맹의 기본 목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다는 원칙론을 견지하는 가운데 대만 유사시 연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가지 기준은 일회성 역외 차출은 대북 억지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한반도를 발진 기지로 반복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라는 선행 요건에 따라 한미동맹의 현대화 논의 등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미 투자 규모에 따라 앞으로 한미동맹의 크기와 지속성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미 투자뿐 아니라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의 카드를 꺼낼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를 담보하는 결과를 받는 게 중요하다"이라면서 "다만 시간에 쫓겨 설익은 협상을 하기 보단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설명하며 협상 기한을 30일 이상 늘리는 방안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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