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쇠고기 거부한 나라들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
시장 개방 손익 따져 이해 관계자 설득 힘써야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일주일이 시작된다.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통상 협상의 성패에 국운이 달렸다. 외교적 결례까지 서슴지 않는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다 미국 주요 장관이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잇따라 협상에 나서는 만큼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데드라인’까지 협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황은 유리하다고 보기 힘들다.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강공에 각국이 속속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확대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며 협상을 마무리 짓고 있다. 일본은 쌀 시장 개방과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도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역 품목에 15% 관세 부과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 타결이 불발돼 일본이나 EU 수준으로 관세율을 낮추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7.6%를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강행되면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마저 일본의 관세율이 낮아진 것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협상에 실패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한·미 양국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우리 측에서는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 국방비 증액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4000억 달러의 투자와 함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등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며 “우리의 훌륭한 쇠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두고 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의 공개 압박에 대통령실은 “협상 품목에 농산물도 포함됐다”며 시장 개방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농산물 시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밖에 없다면 냉정한 손익 계산은 필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658억 달러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로 미국이 추가로 얻을 수익은 최대 1억7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의 8% 수준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는 국가 중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협상 내용을 속속들이 공개할 수 없겠지만, 국민과 농민단체에 시장 개방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한편,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상과 지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민감 품목 시장을 내어주는 건 아픈 일이지만, 마냥 틀어쥐고 있다고 능사는 아니다.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협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