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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묶고 지게차 몰던 한국인 “피식 웃어서 그랬다”

동아일보 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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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노동자, 한국 온 지 석달 만에 봉변

“당시 상사 말 이해도 못해…비닐로 묶인 이유 알고 싶다” 호소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벽돌공장 비닐 묶음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피해자 A 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벽돌공장 비닐 묶음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피해자 A 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왜 내가 비닐에 묶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습니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지난 25일 경찰 조사에서 “인격적인 모욕에 대한 이유만큼은 꼭 알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올해 2월부터 5개월간 한국에 있는 사촌형과 스리랑카 노동자 관련 단체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A 씨의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단체 등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역시 “다시 일하지 못할까 봐 고민했다”고 한다.

25일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A 씨를 비닐로 결박해 벽돌과 함께 지게차에 실은 한국인 상사는 “A 씨의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했는데, A 씨가 피식 웃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웃지도 않았고 상사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며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몰랐고, 매우 두려웠다”고 반박했다. 27일 네트워크 측은 “설령 A 씨가 웃었다고 해도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직장 상사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했겠느냐”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A 씨는 전남의 한 종교시설에 머무르며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와 전남도 등이 A 씨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나서면서, A 씨는 조만간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 씨는 고용허가제(E-9) 체류 자격으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였는데, 출입국관리법상 3개월 이내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될 수 있는 처지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알아본 결과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 사업장에서 채용 의사가 있어서 월요일(28일) 오전 회사를 방문해서 취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 씨는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영남권 한 도시로 이직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권역 내에 적합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 비수도권의 다른 권역으로 알선이 가능하다”며 권역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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