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의성군 고운사. / 사진 = 뉴스1 |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가유산이 위태롭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면서 고질적인 예산·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을 휩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모두 24건이다. 국보 2건과 보물 2건, 사적 12 건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토사(흙과 모래) 유출로 인한 피해이며 산청에서는 산사태로 사찰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남부지방을 덮친 산불로 피해를 입었던 경북은 이번에도 포항의 석굴암이 호우로 진입로 사면(기울어진 면)이 유실됐다.
지정 취소를 고려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의 가운루와 연수전은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됐으나 산불로 8개월만에 잿더미가 됐다. 1000년이 넘은 고찰이지만 사실상 보물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12건이 문화유산 지정 해제 절차를 밟을 위기에 놓였다. 태풍 '힌남노'가 남부를 휩쓸었던 2022년에도 34건의 국가유산이 훼손됐다.
재난 때마다 국가유산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떨어지는 접근성과 모호한 관리주체, 부족한 예산·인프라다. 대부분의 국가유산이 산 속이나 하천·바다 인근 등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관리가 어렵고 소유자에 따라 관리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산청과 지자체가 1차 책임을 지고 있지만 사찰이나 종중 등이 관리주체일 경우 방재 대책 등을 강제하기 어렵다.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
특히 부족한 예산은 반복되는 문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국가유산 긴급보수사업비 45억여원의 잔액은 0원이다. 산불에 27억여원이 투입되는 등 대형 재난이 잇따른 탓이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목재, 석재 등 부재(재료) 가격만 놓고 보더라도 보수사업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국가유산의 훼손이나 보존·관리에 사용되는 CC(폐쇄회로)TV의 경우 2026년까지 1050대로 늘릴 예정이지만 관제 인력은 지난해 기준 1~2명에 불과하다. 1명이 최대 500개 이상의 CCTV를 들여다봐야 하는 경우도 있는 셈이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목재 유산 가운데 9건은 소화기구도 없다. 최근 4년간 소방점검에서도 소화설비가 있는 곳 중 절반 이상은 소화기 문제를 겪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주체인 국가유산은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업무가 과중하고 전문성이 요구돼 선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자체는 전체 국가유산의 70% 이상을 관리하고 있지만 전담 인력은 2000명에도 못 미친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재난 발생시 동산의 소산(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 작업이나 방염포 설치, 방재작업 등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대형 재난 때마다 피해가 끊이지 않는 만큼 장비와 인력, 예산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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