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산드라 마츠, '알고리즘, 생각을 조종하다'
인류는 알고리즘에 간파당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 시청 목록을 토대로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띄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심리학 교수 요요 우의 연구팀이 구축한 머신러닝 모델에 따르면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좋아요'를 단 10개만 관찰해도 사용자의 성격을 직장 동료보다 잘 파악했다. 65개를 분석했을 때는 친구보다, 120개는 가족보다 사용자의 성격을 더 잘 설명했다.
상대를 간파한 알고리즘의 추천 서비스는 사용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개인이 일평균 내리는 결정은 약 3만5,000개.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별 맞춤 추천이 아침 식사 메뉴를 넘어, 누구와 데이트(또는 결혼)할지, 누구에게 투표할지처럼 중대한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섬뜩한 건, 알고리즘이 내 결정을 유도했음에도 자각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간파'라는 단어도 한가하다. 인류는 알고리즘에 조종당하고 있다.
신간 '알고리즘, 생각을 조종하다’는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쓰였다. 표지만 보고 단순히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으로만 오인해선 곤란하다. 저자인 전산 사회과학자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산드라 마츠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면서도, 일상에 깊이 침투한 기술을 선한 목적, 윤리적 방식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산드라 마츠, '알고리즘, 생각을 조종하다'
게티이미지뱅크 |
인류는 알고리즘에 간파당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 시청 목록을 토대로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띄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심리학 교수 요요 우의 연구팀이 구축한 머신러닝 모델에 따르면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좋아요'를 단 10개만 관찰해도 사용자의 성격을 직장 동료보다 잘 파악했다. 65개를 분석했을 때는 친구보다, 120개는 가족보다 사용자의 성격을 더 잘 설명했다.
상대를 간파한 알고리즘의 추천 서비스는 사용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개인이 일평균 내리는 결정은 약 3만5,000개.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별 맞춤 추천이 아침 식사 메뉴를 넘어, 누구와 데이트(또는 결혼)할지, 누구에게 투표할지처럼 중대한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섬뜩한 건, 알고리즘이 내 결정을 유도했음에도 자각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간파'라는 단어도 한가하다. 인류는 알고리즘에 조종당하고 있다.
신간 '알고리즘, 생각을 조종하다’는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쓰였다. 표지만 보고 단순히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으로만 오인해선 곤란하다. 저자인 전산 사회과학자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산드라 마츠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면서도, 일상에 깊이 침투한 기술을 선한 목적, 윤리적 방식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그중 하나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이들의 저축률을 높인 실험이다. 분석 결과, 이들은 불성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 '돈이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돈보다 사회 관계를 중시하는 호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돈을 모아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송출했고, 이를 받은 이들은 대조군과 비교해 2.75배 많이 저축 목표를 달성했다.
저자는 ‘필터버블’과 ‘반향실 효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기발한 사고실험도 제안한다. 알고리즘을 역설계해 서로의 알고리즘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평상시는 ‘내 취향 맞춤형 콘텐츠’로 SNS를 사용하다가도 원할 때 ‘내가 평소에 절대 보지 않을 콘텐츠’ 표시 버튼을 눌러 사안을 달리 바라보게 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이 장치가 신념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타인의 현실을 무시해 버리지는 않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다.
알고리즘으로 '알고리즘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는 일련의 시도를 읽다 보면 "기술의 영향력은 설계하고 배포하고 규제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는 진리가 떠오른다.
알고리즘, 생각을 조종하다·산드라 마츠 지음·안진이 옮김·생각의힘 발행·296쪽·1만9,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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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