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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재벌'서 '지지자-대통령'으로… 헐크 호건·트럼프의 '37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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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988년 레슬링대회 스폰서 맡아 첫 인연
호건 "경기 전 드레싱룸 찾아와, 끝까지 1열 관람"
'레슬링 마니아' 트럼프와 '전설' 호건, 오랜 친분
작년 美 대선 때 … 호건, '트럼프 지지' 퍼포먼스


1988년 3월 27일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보드워크홀에서 열린 프로레슬링 대회 'WWF 레슬마니아 4' 포스터. 왼쪽부터 헐크 호건, 도널드 트럼프, 앙드레 더 자이언트. 페이스북 캡처

1988년 3월 27일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보드워크홀에서 열린 프로레슬링 대회 'WWF 레슬마니아 4' 포스터. 왼쪽부터 헐크 호건, 도널드 트럼프, 앙드레 더 자이언트. 페이스북 캡처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별세한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했던 발언이다. 자연스레 두 사람의 친분도 재조명되고 있다. 호건과 트럼프가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다. 당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호건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둘의 인연은 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호건이 트럼프를 처음 만난 것은 1988년 프로레슬링 대회 'WWF 레슬마니아 4'를 통해서였다. 당시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재벌'로 명성을 얻었던 트럼프는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였다. 호건은 1980·90년대 황금기를 구가하던 미국 프로레슬링계의 최고 스타였다. 첫 대면이 이뤄졌고, 이는 40년 가까이 이어진 우정의 출발점이 됐다. 1946년생인 트럼프가 42세, 1953년생인 호건은 35세 때의 일이다.

헐크 호건(왼쪽)의 부인인 스카이 데일리 호건(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가운데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헐크 호건(왼쪽)의 부인인 스카이 데일리 호건(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가운데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훗날 호건은 이때의 트럼프에 대해 '다른 후원자들과는 달랐다'고 기억했다.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후원자인) 트럼프가 쇼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일찍 드레싱룸으로 와서 모든 레슬러에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관중석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첫 경기부터 (마지막으로) 내가 레슬링을 할 때까지, 계속 앉아 있어서 놀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WP "남성적 이미지의 타고난 쇼맨들"


'최고 인기'의 프로레슬러와 '프로레슬링 마니아' 재벌, 호건과 트럼프는 이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에는 '레슬링마니아 23' 이벤트 경기로 열린 '억만장자의 대결'에도 직접 참여했다. WWE(WWF의 후신)는 이 같은 공헌을 이유로 2013년 트럼프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측근 빈스 맥마흔 WWE 대표 만큼은 아니었지만, 호건과 트럼프는 오랫동안 레슬링과 대중문화 등을 통해 서로를 지원하는 우정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2007년 4월 1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포드필드에서 열린 레슬링마니아23 이벤트 경기에서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가 빈스 맥마흔을 붙잡고 삭발식을 열고 있다. 경기는 바비 래실리와 우마가가 각각 트럼프와 맥마흔 대신 대결해 승자가 패자의 머리를 미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유튜브 캡처

2007년 4월 1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포드필드에서 열린 레슬링마니아23 이벤트 경기에서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가 빈스 맥마흔을 붙잡고 삭발식을 열고 있다. 경기는 바비 래실리와 우마가가 각각 트럼프와 맥마흔 대신 대결해 승자가 패자의 머리를 미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유튜브 캡처


WP는 호건과 트럼프의 오랜 우정과 관련, 둘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출신 환경은 달랐으나,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황금기'에 성장했고 1980년대 들어 큰 성공을 거두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엔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2000년대 '리얼리티 예능 스타'로 부활했다는 점도 두 사람의 '교집합'이다. WP는 "그들은 일종의 정신적 동반자이고, 남성적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며 "타고난 쇼맨들(Natural Showmen)"이라고 평가했다.

한때 오바마 지지… 작년엔 "트럼프는 영웅"


호건이 '정치적 측면에서' 트럼프를 줄곧 지지해 온 건 아니다. 한때 그는 민주당 소속인, 트럼프와는 정반대편에 서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2009년 1월~2017년 1월 재임)을 지지했다. 그러나 오바마 1기 때인 2011년 10월쯤, '오바마 지지'를 철회했다고 한다. "오바마가 한 말을 모두 믿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마음을 바꿨다"는 게 호건 본인의 설명이다. 다만 공개적으로 이런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호건이 대놓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건 지난해 7월 18일이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찬조 연설자로 등장,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호건은 옷을 찟는 특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지도자이자 나의 영웅인 검투사(트럼프)와 함께 미국을 되돌릴 것"이라고 외쳤다. 닷새 전인 그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새한 트럼프 암살 미수 총격 사건이 '공개 지지' 결심의 이유였다고 한다. 당시 호건은 "트럼프에게 처음 투표한 건 2016년 대선 때였다"고도 말했다.

헐크 호건이 지난해 7월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연설자로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옷을 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헐크 호건이 지난해 7월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연설자로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옷을 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이로부터 1년 후인 24일, 호건은 72세 나이(만 71세 11개월)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트럼프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소중한 친구 '헐크스터'(호건의 별명)를 잃었다"며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호건은) 강하고, 터프하고, 똑똑하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 스카이와 가족에게 따뜻한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 헐크 호건이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20세기 말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남성성 과시'라는 공통분모 아래 37년간 우정을 쌓아 온 프로레슬링계 레전드에게 보내는 '스트롱맨'의 헌사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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