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아는 것 같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아니 다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란 옛 속담은 허투루가 아니죠. 어설프게 아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낫습니다. 섣부른 행동이나 선입견은 제대로 일처리 하는 것을 방해할 테니까요.
여행도 선입견이 큰 영향을 끼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괜한 귀동냥으로 듣거나 어깨너머로 본 정보가 현지에서 “아차!”하게 할 수도 있고요. 아예 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책저책은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 여행지’중 한 곳으로 꼽히는 스위스를 문화와 예술적 관점에서 스위스 대사관 출신 전문가가 살뜰히 소개하는 책과 미술교사를 역임한 저자가 교과서 속 유럽의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하는 책을 만나봅니다.
스위스 바젤 / 사진 = 스위스관광청 |
여행도 선입견이 큰 영향을 끼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괜한 귀동냥으로 듣거나 어깨너머로 본 정보가 현지에서 “아차!”하게 할 수도 있고요. 아예 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책저책은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 여행지’중 한 곳으로 꼽히는 스위스를 문화와 예술적 관점에서 스위스 대사관 출신 전문가가 살뜰히 소개하는 책과 미술교사를 역임한 저자가 교과서 속 유럽의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하는 책을 만나봅니다.
스위스 예술 여행
윤서영 | 안그라픽스
윤서영 | 안그라픽스
사진 = 안그라픽스 |
예술 서적 같지만 실제는 여행 가이드북인 책 ‘스위스 예술 여행’은 무려 408쪽의 분량을 자랑한다. 저자 윤서영의 욕심(?)인가 싶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쭉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흔히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보내면 고수라 부른다. 저자가 여기에 속한다. 영자 일간지 기자로, 또 여러 잡지와 방송 등을 넘나들며 문화와 여행 분야에서 10여년 간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후 주한 스위스 대사관 문화공보담당관으로 일하던 그는 요새 ‘더 서울 컬렉티브’를 설립해 한국과 해외 간 문화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여기에 영국 유명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의 유일한 한국통신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 = 스위스관광청 |
더구나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스위스에서 거주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세계적인 디자인 학교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전략디자인경영 석사까지 취득했다. 한 마디로 여행과 문화로 일가견이 있다는 얘기다. 단지 화려한 경력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차곡차곡 물건을 쌓아올리듯 문화적 소양을 겸비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저자는 스위스를 다각도로 두루 살폈다. 현지인이 아니면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은 물론이고, 자연과 휴양으로만 알려진 스위스를 뛰어넘어 예술과 문화, 건축과 디자인 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때문에 이 책은 예술서보다는 여행 가이드북에 어울린다. 기존 여행서가 정보 중심의 서술인 반면 책은 스위스 현지 예술가·건축가·디자이너·문화기획자 등 문화예술계 인물 38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장소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를 비롯해 예술가 클라우디아 콤트(Claudia Comte), 바이엘러 재단의 샘 켈러(Sam Keller) 관장,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마테오 크리스(Mateo Kries) 관장, 디자인 가구 브랜드 USM의 CEO 알렉산더 셰러(Alexander Schärer) 등 스위스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진 = 스위스관광청 |
각 인터뷰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정체성, 개인적 예술 세계와 철학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풍경 너머 일상과 창작의 기반이자, 기억을 축적한 공간으로서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서 소개하는 293곳의 장소는 인터뷰이들이 직접 즐기고 애정을 갖고 추천한 곳들이다. 이 중에는 이미 잘 알려진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있지만, 개인의 감각이 담긴 숨은 명소들도 많다. 로컬 카페와 레스토랑, 호수와 산책로, 작업실과 공방, 바와 클럽 등은 인터뷰이들의 창작과 사고, 삶이 투영된 장소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책 속 스위스 여행은 예술로 도시를 읽는 일이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장소를 걷는 여정이다. 유명 관광지를 ‘체크’하기보다 개인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장소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익숙한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책은 인물을 경유해 도시와 공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한다.
교과서로 떠나는 유럽 여행
남화정 | 출판사 클로브
남화정 | 출판사 클로브
사진 = 출판사 클로브 |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 저자 남화정은 영국에 살면서 딸 엘라와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수없이 여행을 다녔다. 시간이 지나며 이런 순간을 반복하면서 갈수록 그 여정이 깊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이야기를 따라 지도를 그리기를 여러 번. 그 지도를 따라 글을 쓰며 책 ‘교과서로 떠나는 유럽 여행’의 출간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교과서의 내용을 외우고 시험이 끝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공부를 이제 그만하자고 말한다. 그 보다는 아이와 함께 무언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경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예컨대 두 다리를 동반구와 서반구에 걸치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본초 자오선’의 의미를 확실히 아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다. 또 하늘을 나는 플라밍고를 보며 동물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다.
사진 = 출판사 클로브 |
그런 면에서 유럽은 우리나라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 가볍게 떠날 만한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럽의 문화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 있어 여행으로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아이들도 재밌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물론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화가의 작품들,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대부분 유럽에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영어, 사회, 과학 등의 교과서에서 배우는 많은 주제가 유럽의 역사와 연결돼 있다. 책은 초·중·고 교과서의 키워드에서 유럽 곳곳에 얽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저자가 추천하는 책과 영화로 이어진다. 아이가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재미를 느껴보게끔 구성한 것이다. 번역서는 원서 정보와 난이도까지 꼼꼼하게 표시했다. 중간 중간 유럽 10개국의 요리도 실었다. 저자가 아이와 함께 마스킹테이프로 작업한 100여 개의 요리 일러스트가 그것이다.
사진 = 출판사 클로브 |
책에는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바람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모험이 담겨 있다.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길어 올린 책 속 생생한 정보들은 아이에게 지루하지 않은 교과 연계는 물론, 읽는 즐거움을 전한다. 또한 부모에게는 아이와 함께할 해외 경험의 막막함을 해소할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책은 저자가 아이와 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며 배우고 경험한 내용을 역사, 예술, 인물, 자연, 문화 등 다섯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직접 찍은 현지 사진은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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