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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재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건물을 둘러보며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공개하며 다른 교역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미 통보했던 관세율을 낮추려면 일본'만큼' 거액을 투자하라는 노골적인 요구다.
다음달 1일까지 25%의 상호관세율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할 카드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경제 규모 차이를 설명하고 그에 맞는 투자액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숫자'(투자규모)가 아닌 '아이템'에 집중하는 전략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일본의 15% 상호관세율을 언급하며 "원래는 약 28%(실제로는 25% 통보)였는데, 그들이 돈을 내고 낮췄다(they bought it down)"고 밝혔다. 다른 국가들도 돈을 내고 금리를 인하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다른 국가들도 돈을 내고 인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오는 8월1일 상호관세 발표 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해 대미 직접 투자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으로부터 약속받은 막대한 투자액을 지렛대 삼아 다른 협상 대상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서울=뉴스1)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 측과의 협상에서 한국은 4000억달러(약 547조원) 규모의 투자금 조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일본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2.2배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약 4조2137억달러(약 5809조원)이며 한국은 1조8698억달러(약 2578조원) 수준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대미투자액은 이에 맞춰 2000억달러(약 276조원) 정도다. 아울러 지난 6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102억달러(약 565조원) 수준이다. 미국이 제시한 투자액은 사실상 외환보유고를 모두 털어야 맞출 수 있다.
정부는 실제 대미투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재계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찬 간담회를 비롯해 재계 인사와 대미 투자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와 함께 300조원(지난해 말 기준) 규모의 한국투자공사(KIC)의 국부펀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 차이를 설명하고 현실적인 대미투자액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를 모르고 (4000억달러를) 제시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투자가 가능한 범위는 2000억달러 수준"이라며 "그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해 왔던 것과 투자 예정인 것들, 국부펀드 등을 제시해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성 투자액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협상 아이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이 미국에 쌀 시장 문을 연 것처럼 한국도 쌀과 소고기 등에서의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 참여 △조선산업에서의 협력 확대 등도 제시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한국의 카드가 제시된 상황에서도 협상이 잘되지 않고 있는 만큼 결국은 '숫자'로 제시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교수는 "이미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제조업 재건을 다 얘기했지만 타협이 안 됐다"며 "관세를 낮추기 위해선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수세적으로 가기보단 과감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부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한미 2+2 고위급 협상'이 무산된 상황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워드 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조속한 시일 내 추가 협상을 벌이자는 의견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미 관세 협상이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주재로 김용범 정책실장·위성락 국가안보실장·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하는 통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진행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양측은 조선·반도체 등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며 "8월1일 상호 호혜적인 타결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협상은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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