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31살의 팔레스타인 여성 히다야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는 18개월된 아들을 안고 가자북부 가자시티의 서쪽 샤티 난민 캠프 텐트 안에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가자지구에 굶주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발언을 둘러싼 비난이 거세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나서 엘리야후 장관이 자신의 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논란 확산을 막아섰다.
시엔엔(CNN)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24일(현지시각) 아미차이 엘리야후 장관은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디) 기반의 라디오 방송국 콜 바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가자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는 굶주림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맞다. 우리는 괴물들을 죽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누구든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고픈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그 옆에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뚱뚱한 남자가 있는데 그들은 음식을 나눠주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면서 “음식은 그들 손에 달려있다. 트럭들이 매일 그곳으로 들어간다”고도 말했다.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 전쟁 종식과 모든 인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인들이 굶주린 가자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고 우려해야 하는지 묻는 말에 엘리야후 장관은 “어떤 나라도 적에게 식량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국은 나치 독일에게 식량을 제공하지 않았고, 미국은 일본에게 식량을 제공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에게 식량을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의 배고픔을 우리가 해결해야 하나? 이는 미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온 세상이 걱정하게 두라”고 덧붙였다. 엘리야후 장관은 또 “가자지구 전체에 유대인이 살게 될 것”이라며 가자 점령을 정당화했다.
가자지구의 식량난은 악화하고 있다. 22일 가자 보건부는 90만명의 어린이가 굶주리고 있고 7만명이 이미 영양실조 증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가자지구 봉쇄가 가져온 인위적 ‘대량 기아’ 상황”이라고 이 상황을 초래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초부터 국제 구호단체들의 인도적 물건 반입을 막았다. 5월 말이 돼서야 미국 주도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망을 단일 창구로 열어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린이와 노인뿐 아니라 주민 모두가 기아 상황에 노출돼 있다. 5월 말 이후 가자지구에서 아사한 주민만 113명이다. 이중 어린이가 80명이 넘는다.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
엘리야후 장관의 발언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아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자정이 지나 총리실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영어 성명을 내 “(그는) 내가 이끄는 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전쟁 수행을 결정하는 안보 내각의 일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징계나 처벌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야당 대표는 엘리야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이 피와 죽음을 신성시하는 장관들로 구성된 극단주의 소수 정부의 지휘를 받는 한, 테러와의 전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세계에 확신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민간인을 몰살시키기 위해 싸우고, 죽고, 다치는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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