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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한통에 꼬여버린 한미 무역협상: 5가지 이슈와 위험한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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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8일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낸 '관세 서한'에서 정한 상호관세 유예시한이다. 냉정하게 말해 열흘 내에 협상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나라엔 상호관세 25%가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은 이미 우리나라의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 각각 50%,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협상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 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 25일(현지시간)로 잡혔던 한미 '2+2 통상 협의'가 이메일 한통으로 미뤄진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한미 무역협상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5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한미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미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슈1. 돌발 통보 = 미국이 25일(현지시간) 진행할 예정이던 한미 '2+2 통상 협의'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건 23일 오전 9시께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미국 출국을 1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미국 측 실무 직원이 기획재정부로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긴급한 일정이 생겼다며 날짜를 다시 잡자"는 내용의 메일 한통을 보낸 게 전부였다. 구윤철 부총리는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참고: 한미 '2+2 통상 협의'는 한국에선 구윤철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슈2. 심상찮은 신호들 = '외교적 결례냐 아니냐'를 떠나 베선트 장관에게 실제로 긴급한 일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따져봐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양국의 경제·무역 수장이 공식적으로 확정한 일정을 명확한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한 건 이례적이다. 경우에 따라선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협상을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시그널로 읽힐 만하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24일 "베선트 장관의 급한 사정 때문"이라면서 "한국과의 협상에 다른 함의(implication)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문제는 또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을 만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베선트 장관은 28일과 29일 중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스웨덴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슈3. 일본이란 기준점 = 미국과 일본이 22일 타결한 무역협상도 우리나라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825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10%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럼 일본의 대미對美 투자 분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일본은 반도체·조선·핵심광물·에너지·의약품 등 다양한 미국의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확대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고 매년 수십억 달러의 미국 방위장비를 사들이겠다는 플랜을 발표했다.

시장도 대폭 개방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선 일본의 자동차 안전 기준 대신 미국산 자동차용 기준을 마련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산 자동차는 일본의 '수입검사'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의 연방자동차 안전기준(FMVSS)이 일본이 요구하는 기준(보행자 안전성)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은 인체의 머리나 다리 모형을 사용해 충격 흡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미국엔 이런 기준이 없다. 일본의 까다로운 자동차 안전기준이 미국 입장에선 '비관세장벽非關稅障壁(관세 외 방법으로 정부가 외국 상품을 차별하는 규제)'으로 작용해온 셈이다. 이번 미일 무역협상으로 일본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인 높은 이유다.


아울러 일본은 옥수수와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80억 달러 상당의 미국 농산물도 구매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오랫동안 닫혀 있던 시장을 개방해 누구도 해내지 못한 협정을 다시 한번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슈4. 한국의 전략 = 이런 맥락에서 많은 통상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시장 개방을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크지 않은 만큼 미국이 문제 삼는 부분을 수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더욱이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주력 수출품이다. 그런데 미국이 미일 무역협상을 통해 일본의 자동차 관세율을 25%(트럼프 요구안)에서 12.5%(기존 관세 2.5%·합산 시 15.0%)로 낮추면서 우리나라가 불리해졌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매기고 있다. 자동차 관세율을 일본 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액이 366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의 5.3%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다.


일본과 차별화할 우리만의 강점을 내세우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산업이다. 미국이 조선 산업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통상팀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조선 기술력을 활용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얘기다.


25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통상 협의’가 취소됐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모습.[사진|뉴시스]

25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통상 협의’가 취소됐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모습.[사진|뉴시스]


■이슈5. 보이지 않는 한계 = 관건은 통상 전문가의 말대로 시장을 적극 개방하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느냐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한국으로선 일본 정도의 투자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 달러는 올해 한국 정부의 예산 673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경제력이 약한 한국으로선 '대미 협상력'을 견고하게 갖추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국에 4000억 달러(약 551조4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유예일이 일주일 남았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숱한 악재를 뚫고 만족할 만한 무역협상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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