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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영한 ENA '살롱 드 홈즈'에서 신입 경비 김광규로 열연한 배우 이재균. 스프링컴퍼니 제공 |
층간소음, 분리수거 갈등, 주차 문제 등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경비원이다. 배우 이재균은 ‘살롱 드 홈즈’에서 아줌마들의 살벌한 기 싸움 속에서도 꿋꿋이 제 몫을 하는 청일점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살롱 드 홈즈’ 단지 내 해결사로 뭉친 여성 4인방이 아파트 빌런을 응징하는 코믹 워맨스 활극. 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해 지난 15일 3.6%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배우, 제작진과 마지막 회를 함께 시청한 이재균은 24일 “다들 축제 분위기였다. 열심히 찍은 작품이 최고 시청률을 찍고 마무리됐으니 너무 행복해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종영 직후 시즌2 확정 소식도 들려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미디 장르에 눈뜬 이재균은 “망가질 수 있는 상황들이 오면 조금 더 풀어헤쳐 보고 싶다. 기회가 없었을 뿐 코미디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살롱 드 홈즈’는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너무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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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살롱 드 홈즈' 스틸컷. ENA 제공 |
이재균은 광선 주공 아파트의 신입 경비 김광규로 분했다. 단기 경비로 들어왔지만 사실은 리본맨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잠입한 소설가 지망생. 줌벤져스와 합심해 수상한 사건 해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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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살롱 드 홈즈' 스틸컷. ENA 제공 |
등장부터 의뭉스러웠던 광규는 단박에 공미리(이시영)의 의심을 산다. 진짜 리본맨이 밝혀지기까진 시청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고, 범인으로 단정 짓기엔 빈틈이 보였다. 이재균은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후반부 광규의 사연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더 수더분하고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도 광규를 두고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하시더라. 적재적소에서 트릭을 주며 끝까지 의심을 살만한 표정이나 장면을 넣어 주셨다”고 했다.
방송에서 자세히 조명되진 않았지만 가슴 아픈 어린 시절을 겪어낸 인물이었다. 교내 왕따와 폭행에 시들어갈 즈음 처음 어른의 보살핌을 받은 게 학창시절 선생님 김현덕(김정호)였다. 그 따듯함에 존경심이 생겼지만, 선생님의 메모를 보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의심으로 시작해 점점 뚜렷해졌다. 존경했던 선생님이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었기에 진실 찾기에 더 집착했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리본맨의 증거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확신을 얻었다. 이재균은 “가슴 아픈 사연들을 보고 유족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모습에서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광규에겐 큰 울림이 됐고, 그래서 리본맨을 찾기 위한 집념을 가졌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파트 경비원은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항상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직업군이다. 반면 이재균은 “어린 시절부터 단독 주택에 살았고, 지금은 빌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대신 학교 경비 아저씨, 부모님댁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을 보며 ‘경비’를 떠올렸다.
“극 중 경비에게 수발을 들게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진짜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싶었는데 실제로 뉴스로 보게 되니까 화가 많이 났죠. 상식 밖의 일이니까요. 만일 그런 분들이 있다면 ‘살롱 드 홈즈’를 보고 반성하셨으면 좋겠어요. 경비도 직업 중 하나일 뿐이고, 아파트도 직장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경비원이라는 직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젊은 경비’ 광규 캐릭터에 주목했다. 맡은 업무 외에도 어르신에게 수줍음 없이 다가가고 말도 한 마디 더 걸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평소에도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재롱도 부리는 후배다. 청일점으로 사랑받은 비결을 묻자 “리액션을 잘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시영과 김다솜은 첫 만남이었지만 남기애, 정영주와는 연극을 함께한 인연이 있었다. 돈독한 친분을 쌓고 시작된 현장인 만큼 웃음꽃 넘치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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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영한 ENA '살롱 드 홈즈'에서 신입 경비 김광규로 열연한 배우 이재균. 스프링컴퍼니 제공 |
오해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던진 광규의 열연도 웃음 포인트였다. 바바리맨을 잡기 위해 여장도 불사하고 바지 위에 형광색 팬티를 덧입는 도전도 해봤다. 그는 “처음 여장할 때는 민망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마치 조정석 선배의 여장처럼 새초롬하고 더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돌아서는 모습을 재연해 웃음을 안겼다. 형광 팬티 신에 관해서는 “오히려 당당했다”고 웃으며 “다들 의연하셨다. 놀리시고 까르르 웃으시셔서 더 재밌게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무더위 속에서 촬영이 진행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쌓였다.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변태로 오인당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이재균은 “그 장면을 보면 어깨가 이상하다. 겨드랑이를 숨기고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하늘색 경비복은 땀에 취약했다. 두 대의 선풍기를 돌렸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소음 탓에 선풍기도 켤 수 없었다. 더위에 지친 나머지 겨드랑이 부분에 땀이 차있었고, 하늘색 경비복이 땀으로 물들었다. “연기하는데 몸은 굳어있다. 정말 더운 날이었고, 들키지 않으려 진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정말 큰 위기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비 근무가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호평 속에 막을 내린 ‘살롱 드 홈즈’는 평범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삶 곳곳에 있는 문제점들과 불편들을 직접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성 중심의 드라마 시장에서 여성 연대 서사가 가진 경쟁력을 알린 작품이다. 경중을 막론한 빌런들을 소탕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코미디, 스릴러, 워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톡톡 튀는 캐릭터 플레이를 선사했다.
아직 ‘살롱 드 홈즈’를 시청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재균은 “동네에서 말을 가장 재밌게 하는 아주머니가 최근에 있었던 가장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친숙한 사람의 입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직 시청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추천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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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영한 ENA '살롱 드 홈즈'에서 신입 경비 김광규로 열연한 배우 이재균. 스프링컴퍼니 제공 |
이재균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쓰릴 미’ 등 공연부터 다수의 연극, 영화 ‘박화영’과 드라마 ‘검은 태양’, ‘어사와 조이’, ‘도적: 칼의 소리’ 등 장르불문 활약해 왔다. 시청자에겐 이름보다 얼굴이 더 익숙한 배우다. 이재균은 “데뷔 초 에드워드 노튼이 출연한 작품을 다섯 편쯤 본 적이 있다. 다 다른 배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배우더라.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보다 작품마다 다른 이미지로 보이고 싶다”고 바랐다.
무대가 매체 연기와 가장 다른 건 실수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같은 공연이라 해도 항상 불안하고, 그 불안감에서 오는 희열도 크다. 잘해냈을 때 찾아오는 만족감은 무대를 떠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연기엔) 답이 없으니 더 어렵고 불안하다. 익숙한 것 같아도 익숙해지지 않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연기의 매력을 꼽았다.
실기 위주의 대학을 찾다가 연기에 발을 들였다. 입시를 준비하며 연기에 재미를 느낀 이재균은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셈”이라고 표현했다. 유난히 낯을 가리던 소년은 연기에 눈을 뜨고 12시간 연습도 척척 해내는 배우 지망생이 됐다. 연기가 왜 재밌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를 연습했다.
연기하며 여전히 재미를 느낀다.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 코미디 장르의 재미까지 경험한 ‘살롱 드 홈즈’ 현장 역시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찼다. 이재균은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정말 재밌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내가 연기하며 느끼는 재미가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내가 출연한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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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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