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루비오 못만난 위성락 안보실장 "세 차례 사과 받아…유선 협의 진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정밀 타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보인다. / AP=뉴시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 나흘째까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첫 통화를 하지 못하면서 한미 양국 간 소통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한국 외교장관은 취임 전후로 미 국무장관과 취임 인사를 겸한 첫 통화를 하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해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 일정 관련 질의를 받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속한 교류를 위해 미국 측과 소통하고 있다"며 "한미는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제반 사안에 대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외교장관 간 첫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음주 중 조 장관의 방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관세 정책이 일괄 시행되기 전 루비오 장관과 대면 만남을 통해 우리 측의 입장 전달을 목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미국 측의 사정으로 통화가 단순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외교장관이 취임 나흘째까지 미국 측과 통화를 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임 조태열 장관은 취임 전날부터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했고, 박진 전 장관도 취임 다음날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 방안,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통화 지연을 두고 일각에선 다음달 1일까지로 시한이 잡힌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시장 개방 등 미국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양국 간 파열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는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미 재무·통상 '2+2 협의'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며 양국의 협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 뿐 아니라 국제개발처(USAID) 처장대행, 국립문서보관소 소장대행 등도 겸임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 지연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우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겠느냐"면서 "외교장관 간 통화는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닷새 가까이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미국 측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전문가인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는 관행대로 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라며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세 부과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내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하며 관세 협상 관련 정부의 '올코트 프레싱'(전방위 압박)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위 실장은 지난 20일부터 나흘 간의 방미 일정 중 루비오 장관 뿐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과 협의를 가졌다.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을 호출해 직접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 실장과 루비오 장관은 유선 협의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은 위 실장에게 면담 취소에 대해 3차례나 사과했다고 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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